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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건강한 가족] 아침에 통증 심하고 굳은 허리, 강직성 척추염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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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준원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중앙일보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30대 남자 직장인이 있다. 그는 약 6개월 전부터 엉치뼈(골반) 부근에 통증이 느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파스와 진통제 등을 사용하며 참았지만, 밤에도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과 함께 뻣뻣함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문진과 함께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해 본 결과 이 환자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 관절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 염증으로 인해 점차 척추가 굳어지는 류머티즘 질환 중 하나다. 강직성 척추염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지만 젊은 나이에 ‘염증성 요통’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이다. 주로 10~40대에 증상이 시작되고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2~3배가량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 수는 2010년 3만1802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4만3686명에 달한다.

강직성 척추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염증성 요통’은 주로 허리 아래쪽이나 엉치뼈 부위의 통증이다. 자고 일어난 후 아침에 허리가 뻣뻣해 움직이기 힘든 경우가 많고, 심하면 자다가 허리가 아파 깨기도 한다. 허리를 많이 쓰면 통증이 심해지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일반적인 요통과 달리 일어나서 활동하면 자기도 모르게 통증이 없어지거나 약해진다. 염증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통증이 시작된 시점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에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증상이 생긴 후부터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받기까지 약 3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직성 척추염은 진단이 늦어질 경우 염증의 진행에 의한 척추 강직과 이로 인한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염증성 요통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빨리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다행히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척추 강직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 비교적 잘 반응하고, 효과가 부족할 경우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시험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장기간 효능과 안전성이 지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에는 인터루킨-17과 같은 사이토카인의 작용을 억제하는 새로운 약제가 개발돼 치료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가을 환절기 독감 유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여러모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반적인 근육통이나 디스크와는 다른 양상의 허리 통증이 지속하고 치료해도 호전이 더디다면 강직성 척추염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요통에 해당하지 않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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