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촬영식.(왼쪽부터) 박태진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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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처음 한 사람인데 환불 가능할까요?"
빅히트 주가가 속절없이 미끄러지면서 대박을 꿈꿨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피, 땀, 눈물'이 흐른다. 주식 초보자도 많아 혹시 환불이 되냐고 묻는 개미까지 나올 정도다.
물린 개미들은 속이 타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금 가격도 비싸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손실을 복구하기까지 원치 않는 장기투자를 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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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땀, 눈물' 흘리는 개미…"주식도 환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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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빅히트 주가는 전일 대비 5만7500원(22.29%) 급락한 20만500원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기록했던 장중 최고가 35만1000원보다 40% 이상 폭락한 가격이다.
빅히트는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로 큰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한 고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BTS가 미국의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빅히트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따상'(따블 상한가)을 꿈 꾼 개미들은 지난 15일 장 시작하자마자 빅히트에 몰렸다. 따상이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장중 상한가(30%)까지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증권가 은어다. 따상한 상태에서 매수해도 강한 매수세가 지속된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개미의 단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 시작 직후 따상을 기록하긴 했지만 주가는 금방 미끄러졌다. 장중 낙폭을 확대하더니 시초가 보다 낮은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최고가보다 26.5% 하락한 가격이다. 주가 하락은 그 다음날에도 지속됐다.
개인 투자자가 이틀 동안 빅히트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4000억원 어치에 달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했지만 수익률은 처참하다. BTS의 히트곡 제목처럼 '피, 땀, 눈물'이 흐르는 상황이다.
주식 게시판 등에는 참담한 수익률을 토로하는 글들이 상당하다. 특히 주식 초보자들의 경우 '주식도 환불이 되냐' '청와대에 환불 청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황당한 질문을 올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었지만 BTS의 유명세를 계기로 빅히트에 투자했던 주식 초보자들이 상당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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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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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과도한 가격 부담이 빅히트 주가 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연예기획사임에도 불구하고 약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평가받고 입성한 것부터가 부담이었다는 시각이다.
기존 엔터 3사인 JYP(1조2264억원), SM(7234억원), YG(8063억원)는 시가총액이 각각 1조원 남짓이다. 세 회사를 합쳐도 3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2020.10.15.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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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모가 기준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4조5600억원이다. 똑같은 연예기획사인데 기존 엔터 3사를 합친 것보다 더 비싼 가격을 평가받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연예기획사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저평가 상태였던 SM을 빼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빅히트의 플랫폼 사업인 위버스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시장에서는 몸값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순이익비율) 방식으로 계산하더라도 빅히트는 기존 엔터 3사보다 상당한 고평가 상태로 증시에 입성했다. 공모가 기준 빅히트의 PER는 약 53배로 YG(34배) JYP(30.4배) SM(23.6배) 평균인 29.3배보다 80% 이상 높다. 엔터 3사보다 80% 이상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상장 이후 이틀간 상당한 조정이 이뤄졌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빅히트의 12개월 전망 PER는 65배에 달한다. 기존 엔터 3사의 PER과 비슷해지려면 주가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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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쏟아낸 기관…'상' 가자마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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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규모가 크고 주식 유통물량이 많았던 것도 가격 부담을 배가 시켰다. 앞서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첫날 따상 이후에도 2~3거래일 동안 상한가가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으로 덩치는 컸지만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81.15%여서 유통물량이 많지 않았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기관이 공모주를 받으면서 일정 기간 동안은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시총이 1조7600억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았고 기관의 의무보유확약비율도 58.59%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 두 종목은 유통물량이 적다는 점 때문에 매수 우위의 수급불균형이 특히 심했다. 상한가에 매수 주문이 수백만주 걸려있는 상태에서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정도였다.
반면 빅히트는 상장 시총 규모가 이미 부담스러운 상태에서 유통물량도 많았다. 빅히트의 기관 의무보유확약 물량은 43.85%로 앞선 두 종목보다 적었다. 상장 첫날 기관이 던질 수 있는 물량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빅히트 역시 첫 거래 전 상한가에 매수 물량이 다수 걸려 있었지만 매물은 금방 소화됐다. 이후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조정의 빌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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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도 주식을 안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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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빅히트에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는 전세계 아미(BTS 팬클럽 이름)들이 팬심으로 빅히트 주식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미의 구매력 하나로 빅히트의 매출이 성장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증시에도 최소 수천억원의 아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빅히트 주식을 매수한 개인 중 아미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매수세가 주가 하락을 방어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팬심만으로 샀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자신을 아미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아무리 BTS를 좋아한다고 해도 투자해서 손실이 났을 때 마음이 아픈 건 매한가지"라며 "지금 빅히트 주가도 여전히 비싸보여 매수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 빌보드 뮤직어워드 방탄소년단 무대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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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팬심과 투자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정 가수의 팬이라고 다 그 소속사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그동안 국내 연예계에서 가수와 소속사간 분쟁이나 갈등이 빈번했음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팬덤은 소속사를 좋아하는 경우보다 싫어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대신해 소속사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팬덤이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2008년 슈퍼주니어 팬클럽인 '엘프'는 에스엠 주식을 매수하자는 '1엘프 1주식 캠페인'을 펼쳤다. 당시 에스엠이 슈퍼주니어 멤버를 기존 13명에서 추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팬덤이 나서서 주식을 매수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팬들이 모은 주식은 약 5만8000주였다. 지분율은 3.6%에 불과했지만 팬덤이 나선 소액주주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결국 에스엠은 팬들의 요구대로 슈퍼주니어에 새 멤버를 추가하지 않았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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