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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라임 돈줄’ 김봉현의 야당·검찰 로비 의혹도 전면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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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자필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인사에게도 수억원대 금품로비를 했으며, 이런 사실을 검찰에서 밝혔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담당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통해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고, 접대받은 검사 중 한 명은 서울남부지검 라임사건 수사의 책임자였다고도 밝혔다. 전관 변호사가 검찰과 다 얘기가 됐다며 “네가 살려면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강기정 정무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압박했다고도 했다.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고가 양복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며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는 매우 구체적이다. 그는 야당 인사 금품로비에 대해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를 했고 (검찰) 면담조서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 유력 정치인의 신상에 대해선 ‘전 대표 최측근 정치인’이라고 했다.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했다면서 ‘2019년 7월경 청담동 소재 룸살롱’이라고 시간·장소를 특정했다. 지난 4월23일 자신이 체포된 당일 변호사가 경찰서 유치장을 방문해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 꺼내지 말라”며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2020년 5월 말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했는데, 접대 술자리에 있던 검사가 수사책임자였다”며 “변호사가 수원구치소에 면회 와서 서울남부지검에 가면 아는 얼굴을 봐도 못 본 척하라고 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는 아직은 일방적 주장이다. 지난주까지 강기정 전 수석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하던 김 전 회장이 돌연 야당과 검찰로 총구를 돌린 의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을 금품로비 몸통으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는 야당과 로비 수사를 확대하는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여야, 검찰을 모두 흔들어 로비 수사 확대를 막으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가 어떻건 검찰이 야당 의혹은 덮어두고 청와대와 여당만 선택적으로 수사한 의혹, 라임사건 수사책임자가 김 전 회장의 향응접대를 받은 의혹은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사실이라면 ‘정치검찰’ ‘부패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고 검찰의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대 사건이다. 검찰은 당장 여·야·검 로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법무부가 검사 접대 건을 감찰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접대 의혹을 받는 검사는 수사에서 즉각 배제하고 중립적인 검사들로 라임사건 정·관계 로비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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