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를 먼저 겪은 중국의 에너지 소비 5월 예년 수준 회복해
6~9월 사이 원유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월 12~18%씩 늘어
중 정유사들, 산유국 원유전쟁 기간 활용해 '저가 쇼핑' 에 뛰어들어
산유국, 중국이 죽음의 계곡(저유가 터널)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주길 기대
중국 경찰과 쿠웨이트 유조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산유국 구세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먼저 겪고 먼저 벗어나면서 원유 수요가 눈에 띄게 회복하고 있어서다.
중 해관총서가 이달 13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9월에 4848만 톤을 수입했다. 이는 1180만 배럴 정도다. 9월 수입은 8월치인 1118만 배럴보다는 조금 많다. 다만, 올 6월 월가 최고 기록인 1294만 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월간 수입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8% 늘었다.
━
중국, 원유 저가 쇼핑 즐겨
중국이 수입을 눈에 띄게 늘린 배경엔 원유전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올해 4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가격전쟁을 벌였다.
여기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다. 순간적인 현상이었지만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 수준까지 곤두박질했다.
중국의 월간 원유수입. 파란 막대는 수입 규모(왼쪽; 100만), 노란 선은 브렌트유 가격(오른쪽: 달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때 중국 정유회사들이 공격적으로 ‘저가 쇼핑’에 뛰어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는 바람에 중국의 저가 쇼핑은 이어졌다”고 전했다.
━
경기회복으로 에너지 소비 증가
대륙의 정유회사들은 싸게 산 원유를 저장하기 위해 비축 기지를 최대 허용치까지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과 중국 사이 바다에 거대한 유조선(수퍼 탱커)을 사실상 줄 세워 놓다 시피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경제가 코로나 침체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저가 쇼핑’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경제 회복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를 겨냥한 원유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
"중국은 유일해 가장 중요한 원군!"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원유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 사이 균형이 불안한 국제원유 시장에서 ‘유일해 가장 중요한 원군’으로 구실 하고 있다”고 했다.
양쯔강 근처 항구에 있는 30만톤급 유조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 바람에 국제원유 시장의 중국 의존도가 다시 커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 덕분에 원유전쟁과 코로나로 빚어진 두 번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산유국 사이에서 일고 있다.
━
산유국, 중국에 기대 1차 죽음의 계곡도 탈출
산유국들은 이미 중국의 위력을 맛봤다. 이들 나라는 1차 오일쇼크 이후 첫 번째 ‘죽음의 계곡’에 빠졌다. 한때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하기도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1차 걸프전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여기에다 미국 알래스카산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들이 생산 제한(쿼터)을 지키지 않았다.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원유 컨설팅회사인 래피던의 로버트 맥널리 대표는 올해 초 기자와 통화에서 “OPEC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1차 죽음의 계곡은 1990년대 후반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끝났다. 산유국들은 2000~2010년 이른바 ‘원유 수퍼사이클(대세상승)’까지 맛봤다.
━
대륙의 에너지 소비는 5월 이미 회복
이런 중국의 힘을 경험한 산유국은 요즘 중국인의 에너지 소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올해 5월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주요 원유 소비국 가운데 처음이었다.
그 바람에 저가 쇼핑으로 쌓아둔 비축유가 줄어들고 있다. 돌출적인 사건만 없다면 산유국의 바람대로 중국 원유 소비는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
중 정유사 수입한도 확대가 관건
중국의 민간 정유회사들이 수입 한도를 늘려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한도가 확대되면, 국제원유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과 원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산유국들은 ‘코로나 시대 뉴노멀’의 탈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국제원유(WTI) 가격은 올해 5월 이후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국제 원유가는 상당히 요동했다. 이런 역사에 비춰 유가가 40달러 선에서 5개월 이상 유지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사이 OPEC+(사우디-러시아 등 주요 원유 수출국 협의체) 체제에 균열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산한도를 어기는 회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0년대 1차 죽음의 계곡을 소환하는 사건이다.
톰슨로이터는 “OPEC+ 한계가 표면화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수입 증가는 복음”이라고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