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철거 일단 보류… "조화로운 해결책 찾자"(종합)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가 일단 보류됐다.

1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는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며 "내일로 예정된 철거 시한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테구는 소녀상과 관련해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AP 연합뉴스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은 "우리는 복잡한 논쟁의 모든 당사자 입장과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따지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간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치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미테구는 시간과 장소, 이유를 불문하고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공식입장 발표에 앞서 다쎌 구청장은 이날 오후 미테구청 앞에서 열린 소녀상 철거 반대 집회에 예고 없이 나타나 코리아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으로 시간이 생겼다며 조화로운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며칠간 소녀상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게 됐다"며 "시민 참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녀상 철거 결정과 관련해 "베를린에 거주하는 많은 일본 시민으로부터 소녀상에 반대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州)정부로부터 소녀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받았다고 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 상황에서 여성 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달 말 관할 미테구의 허가를 얻어 거리에 설치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와 관련해 독일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미테구는 소녀상을 세운 지 9일 만인 지난 7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미테구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미테구는 소녀상의 비문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철거 명령의 근거로 제시했다. 비문 내용이 한국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독일과 일본간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고 했다.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명은 소녀상 앞에서부터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앞까지 30여분간 행진하고 집회를 열어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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