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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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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 “외교부, 전문가 집단으로 자존심 회복하고 사명감 가져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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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집단 외교부, 선배들 기대 못미쳐

첫째, 정책 수립 전문성 기반 합리적 기여

둘째, 수립된 정책 효율적 수행 핵심 업무

두가지 모두 외교부 역할 축소·소외 우려

세계일보

“외교부가 외교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부심을 회복하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하길 바랍니다.”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외교부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최근의 외교관 성비위 논란과 지난해 외교 결례 논란 등을 지켜본 소회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도 “코로나19로 가족과 본인의 건강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임지를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외교관들이 몇 사람의 실수로 함께 비판받는 것이 억울할 것”이라며 “후배 세대에서 우리 세대보다 더 훌륭한 외교관들이 많이 배출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외교협회는 전·현직 외교관들이 모인 공익법인이다. 현직도 회원이 될 수 있지만, 주로 외교관들이 퇴임 후 외교적 전문성을 활용해 선·후배 외교관들 간의 소통, 공공외교, 외교 발전에 기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2017년 주일대사를 마지막으로 현직을 떠난 이 회장은 올해 1월 회장직에 취임했다. 40년 가까운 시간을 외교관으로 보낸 그는 “외교관의 일은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외교결례 논란, 올해 뉴질랜드 외교관 성비위 논란 등 외교부에 논란이 잇따랐다.

“외교부에서 이런 논란이 생길 때마다 선배로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밖에 있는 사람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조직의 기강이 느슨해지고, 외교관 개개인의 자기 성찰과 수신이 부족하지 않나 짐작해 본다. 외교부의 사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선배 외교관들에게 현재의 외교부는 어떻게 비치나.

“선배들은 친정인 외교부가 잘되고, 칭찬받는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솔직히 현재의 외교부는 선배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외교부의 존재 가치와 역할은 첫째 정부 대외정책의 수립에 전문성을 기반으로 합당한 기여를 하고, 둘째 수립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데 있다.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때로 외교부 자체가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세계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강 장관은 직업외교관이 아니면서도 외교부와 국제기구에서 오래 근무했고, 능력과 인품이 탁월해 기대가 높았다. 4년차에 접어들었으면 꽤 오래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강 장관이 이룬 성과를 통해서 평가를 받아야 할 때다. 선배들로선 혹시라도 외교부나 후배들에게 누가 될까봐 말을 아낄 수밖에 없지만, 현재까지 성과로는 후한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최근 1차관으로 비고시 출신 인물이 임명됐다. 드문 사례다. 어떻게 평가하나.

“꼭 고시 출신이 1차관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1차관이 조직과 인사 관리를 맡게 되기 때문에 외교부를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기왕에 맡았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직관리 등은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나가길 바란다.”

―최근 공관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만이 들리는데.

“외교가 직업외교관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필요하다면 공관장뿐 아니라 어떤 자리에도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리 나눔이어선 안 되고, 합당한 목적과 논리,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상징성이 필요한 자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관장은 눈에 띄는 것보다는 고생이 필요한 자리다. 외부 영입은 전문성, 조직의 사기 등을 고려해 신중히 했으면 한다.”

세계일보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외교협회 회장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외교부가 외교전문가 집단으로서 자부심을 회복하고 개개인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해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주일대사를 지냈다. 장기 교착 중인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한·일관계가 교착되면 우리에게 손해가 오고 그 손해는 국민들이 입는다. 일본 기업 재산이 처분되는 것은 한·일관계에 있어 또 하나 되돌릴 수 없는 장애물이 생기는 것으로 본다. 양국 정부는 한·일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고 현 단계에서의 최선 또는 차선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주일대사였던 2017년 초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위안부 합의를 지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해 논란이 있었는데.

“1년4개월 짧은 기간 동안 주일대사로 재직했지만, 그 사이 대통령 탄핵과 권한대행 체제, 새 정권 출범 등을 겪으며 국내정세가 요동쳤다. 그 가운데서 한·일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 늘 고심했다. 그 발언으로 제가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정말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 정권이 바뀐다고 이전의 국가 간 합의를 깰 수 없다. 당시 본부에서 저에게 이 발언과 관련 따로 뭐라 한 적도 없다.”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한·일관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스가 정부가 전임 아베 신조 정부에 비해 크게 호의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일본 정권이 바뀐 것을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우리로서는 스가정부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 일본이 받아들일 만한 제안을 만들고 관계 개선의 이니셔티브를 잡아 나가야 한다.”

세계일보

―미·중 경쟁이 시대적 화두다. 외교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신다면 한국의 길은.

“양다리 걸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와 동맹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나올 것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한 ‘3불 약속’은 외교사에 남을 일이다. 왜 그런 약속이 나왔는지 언젠가 꼭 알아봐야 한다. 우리가 미·중 경쟁에서 미국으로 기울면 경제적으로 중국의 보복을 받는다는 불안이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외교다변화’를 하는 것이다.

―외교다변화는 현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외교다변화는.

“어느 정부도 외교다변화를 신경쓰지 않은 정부는 없다. 문재인정부에선 신남방정책이지만, 그 전에도 이름만 달랐지 없지 않았다. 미·중 사이에서 레버리지(지렛대)를 갖는 것은 필수다. 인도와의 관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매년 6% 이상 성장하고 있고, 크기면에서 중국에 필적한다. 인도 대사를 지내면서 인도인들은 우리가 마음을 열면 그 이상으로 돌려준다고 느꼈다. 우리와 정치·역사적으로 불편한 것도 없다. 신남방정책 대상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인도인데, 정부가 아세안에 비해 인도에는 신경을 덜 쓰고 있다.”

―외교관으로 재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2002년 주중대사관 총영사 시절 우리 대사관에 탈북민이 많이 들어왔다. 많을 때는 200명이 들어온 적도 있다. 중국정부와 교섭해 이들 중 상당히 많은 인원을 국내로 보냈다. 또 재외동포영사국장 당시 영사 서비스 개념을 도입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24시간 영사콜센터, 해외안전정보 문자서비스, 해외사고 신속대응팀, 인천공항 긴급여권발급센터, 사건사고담당 해외 경찰영사제도 등이 모두 그때 도입됐다.”

세계일보

―국립외교원이 곧 도입 10년차를 맞는다.

“제가 국립외교원의 전신인 외교안보연구원의 마지막 원장으로 국립외교원 설립 작업을 마무리해 감회가 남다르다. 평가를 하기에 10년은 충분한 시간이라곤 할 수 없지만 비교적 순항해 왔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당초 설계했던 것처럼 보다 많은 인원을 뽑아서 외교부뿐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부문의 대외문제를 담당하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퇴직 외교관들의 외교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나.

“과거 65세이던 외교관 정년이 60세로 하향된 뒤 어렵게 양성된 외교관들의 전문성이 일찍 사장되고 있어 안타깝다. 협회는 퇴직한 회원들의 역량을 대외관계 업무 수요처와 연결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대담=김용출 외교안보부장

정리=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이 회장은 ●충남 공주 출생(66) ●서울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법학 석사 ●외무고시 12회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 주중국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 및 재외동포영사 대사, 주뉴질랜드 대사, 주인도 대사, 주일본 대사 등 역임 ●제31대 외교안보연구원장 역임 ●제22대 한국외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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