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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종이 주인행세 말라"…폭행·모욕 끊이지 않는 아파트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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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헬스장에서 관리업무를 맡은 A씨는 지난 7월 입주민에게 폭언을 들었다. 헬스장에서 달력을 치웠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문제 입주민은 A씨에게 "어이, 종이 주인 행세하지 마라"고 소리치고 모욕을 줬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B씨는 지난 6월 아파트 방문객에게 50분 동안 시달렸다. 방문객은 B씨를 상대로 "언론에 나온 경비원 사건 알지"라고 말하는 등 협박과 소란을 반복하며 업무방해 행위를 저질렀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고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에도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입주민의 갑질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5월25~10월6일 공동주택 갑질특별신고기간 운영 현황' 및 '송치사건 개요'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 사건은 총 85건 신고 접수가 이뤄졌다. 경찰은 이 중 62건(64명)을 입건하고 37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입건한 사건을 범죄 유형별로 보면 폭력·협박이 30건(3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업무방해 14건(15명), 강요 10건(10명), 모욕 4건(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피의자 신분으로는 전체 인원 64명 중 아파트 입주민이 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5명)과 관리소장(4명), 방문객(2명) 등도 가해자로 집계됐다.

경비원의 '갑질' 피해 신고는 사건 발생 이후 수 개월이 지난 뒤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갑질을 당하고도 불이익을 우려해 참고 있다가 최씨 사건을 계기로 공동주택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C씨는 입주민으로부터 "무식한 짓거리 그만둬라"는 말을 듣는 등 모욕을 당했지만 지난 7월 중순에서야 신고를 진행했다.

이 의원은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정당한 보수, 안정적 고용, 부당한 업무 제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로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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