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B씨는 지난 6월 아파트 방문객에게 50분 동안 시달렸다. 방문객은 B씨를 상대로 "언론에 나온 경비원 사건 알지"라고 말하는 등 협박과 소란을 반복하며 업무방해 행위를 저질렀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고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에도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입주민의 갑질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5월25~10월6일 공동주택 갑질특별신고기간 운영 현황' 및 '송치사건 개요'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 사건은 총 85건 신고 접수가 이뤄졌다. 경찰은 이 중 62건(64명)을 입건하고 37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입건한 사건을 범죄 유형별로 보면 폭력·협박이 30건(3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업무방해 14건(15명), 강요 10건(10명), 모욕 4건(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피의자 신분으로는 전체 인원 64명 중 아파트 입주민이 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5명)과 관리소장(4명), 방문객(2명) 등도 가해자로 집계됐다.
경비원의 '갑질' 피해 신고는 사건 발생 이후 수 개월이 지난 뒤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갑질을 당하고도 불이익을 우려해 참고 있다가 최씨 사건을 계기로 공동주택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C씨는 입주민으로부터 "무식한 짓거리 그만둬라"는 말을 듣는 등 모욕을 당했지만 지난 7월 중순에서야 신고를 진행했다.
이 의원은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정당한 보수, 안정적 고용, 부당한 업무 제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로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