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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에서 길가던 여성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A부장검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범죄성립 여부 판단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제식구 감싸기' 비판 여론을 의식해 검찰 외부의 객관적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외부 전문가들은 해당 부장검사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검사에 대한 처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은미)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부장검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문수사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수사자문위원 운영규칙에 따르면 각급 검찰청의 장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서 전문수사자문위원 후보자를 선정해 그 명단을 관리할 수 있다. 사건을 맡은 주임검사는 수사 진행과 기소 등 수사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전문수사자문위원을 수사절차에 참여하게 하고 설명이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전문수사자문위원회는 심의 결과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추행으로 지목된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에 앞서 A부장검사를 수사했던 경찰의 판단과는 다른 결과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6월 A부장검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넘기자 법조계에서는 기소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A부장검사는 지난 6월 부산 양정동에서 길을 가던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700m가량을 따라간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A부장검사가 부산시청역 앞 햄버거 가게까지 따라 들어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A부장검사는 현장에서 붙잡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A부장검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길을 잃었고 피해자에게 길을 물어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700m를 뒤따라간 것도 당황한 피해자에게 '성추행 하려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A부장검사는 피해자와 오해를 풀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또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는 성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만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어 참고인 진술은 이뤄지지 못했다. 피해자도 합의해 '성추행이었다'는 식의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 CCTV 영상과 정황을 종합해서 추행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합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방청부터 지시가 내려와 따로 언급을 할 수 없다"면서도 "합의 여부는 나중에 재판단계에서 중요한 것이지 죄가 되고 안 되는 데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 6월1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서 부산지검 소속 현직 부장검사인 A씨가 한 여성의 뒤에서 양 손을 뻗어 여성의 어깨를 만지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이 5일 공개됐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영상=시민 제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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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깨에 손을 올린 행위를 통상적으로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낄만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따져봐야할 문제"라면서 "목격자가 없어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성적 의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피해자 진술도 오해라는 상황을 뒷받침했다면 기소는 어려울 것"이라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추행죄에서 범죄성립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안은 피해자의 의사"라면서 "피해자가 추행이 아니라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단계에서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그러다보니 검찰도 처분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외부의견을 들었음에도 아직까지 사건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산지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지검이 지난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함께 A부장검사 사건을 처분하려 했으나 부산지검장이 유임하면서 처분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사건을 불기소로 처분했다가 '제식구 감싸기'라는 역풍을 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니냔 관측도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직무정지된 A부장검사는 두 달간의 직무정지 기간이 만료된 지난 8월 부산고검 직무대리로 발령됐다. 이후 같은달 중간간부 인사에서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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