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이후 北 최고위급 인사
공무원 피격 맞물려 ‘파장’ 주목
조성길 전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작년 7월 한국으로 입국해 체류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01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부인과 함께 돌연 잠적한 뒤 9개월만에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관련기사 6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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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2년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북한의 대사급 외교관 망명 사례로는 처음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북한의 남측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이 벌어진지 얼마 안된 시점에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는 1975년생으로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5년 5월 3등 서기관으로 이탈리아에 부임했으며 2017년 이탈리아가 북한의 잇단 핵·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당시 문정남 대사를 추방하면서 1등 서기관으로 승진해 대사대리를 맡았다. 2018년 11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같은 달 10일 대사관 직원들에게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대사관을 떠난 뒤 부인과 함께 잠적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이후 행적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스위스 망명설부터 이탈리아 체류설 등이 쏟아졌지만 이번에 뒤늦게 한국 망명이 확인된 것이다.
조 전 대사대리의 출신성분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국가정보원은 그의 출신성분과 관련해 작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부모가 고위층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탈북민들은 그의 부친이 외무성 대사를 지냈으며 장인 리도섭은 홍콩주재 총영사와 외무성 의례국장, 태국대사 등을 지낸 유력인사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조연준 전 당 검열위원장의 아들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조 전 대사대리의 부인은 평양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배경으로는 임기 만료 뒤 평양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자녀문제와 함께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제재로 북한 최상류층에 사치품 등 물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있었다. 북한의 이탈리아 대사관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와의 논의 창구이자 김 위원장을 비롯한 최상류층에 사치품 등 이른바 ‘1호 물품’을 제공하는 통로역할을 해왔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과정에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일부 외신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된 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등을 제3국으로 이동시킨 자유조선이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태 의원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도 거친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또 해외에 나가있는 외교관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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