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
劉 “옳지 않은 길, 발 딛지 않아”
국힘 경선주자, 강성 보수 대다수
지지율 흡수 셈법 속 ‘러브콜’ 쇄도
劉 “옳지 않은 길, 발 딛지 않아”
국힘 경선주자, 강성 보수 대다수
지지율 흡수 셈법 속 ‘러브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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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유승민 전 의원까지 경선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다. 보수 진영 잠룡들 중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이들이 자진 하차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이 강성 지지층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날 밤 결단”…吳, 전격 불출마 선언
오 시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며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국정 비전서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며 대권 행보를 밟았던 그는 13일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김병민 정무부시장, 이종현 민생소통특보, 박찬구 정무특보, 이지현 비전전략특보를 비롯한 서울시 정무직도 앞서 캠프 합류를 위해 사임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고민은 많았지만 최종 결정은 기자회견 전날(11일) 밤에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결단 배경으로는 저조한 지지율이 꼽힌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3~5% 지지율을 기록했던 오 시장은 명태균 관련 수사, 토지거래허가제 번복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덕수 차출론’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8~10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한 총리 등장과 함께 오 시장의 지지율이 2%까지 내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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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 |
경선 불참 선언한 劉 …무소속 출마 가능성
유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옳지 않은 길에는 발을 딛지 않겠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 아무런 절박함이 없다”며 “이재명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는다”고 적었다. 또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된 경선 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당헌에 명시된 역선택 방지 조항은 경선 과정에 실시되는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다른 정당 지지층의 당내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당심(黨心)’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아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유 전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10년간 핵심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란 비판을 받아왔다.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민들과 함께 부끄럽지 않은 보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우리 정치의 개혁을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고 했다.
‘중도 보수’ 빠진 경선판…강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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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 |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안팎에서 거론된 잠룡군 가운데 중도 보수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들이 사라진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서는 당심을 대표하는 강성 보수 주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양향자 전 개혁신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이 중 안 의원과 양 전 의원, 한 전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장외 탄핵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윤상현 의원도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철회했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러브콜’도 시작됐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향해 “오 시장과 함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꿈을 이루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전 장관도 “이재명 집권을 막는 정권 재창출의 대장정에 오세훈 시장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메시지를 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고,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면서 민심과 당심 사이 줄타기 전략을 구사했다.
안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약자와의 동행은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을 향해서도 “이기는 보수, 다시 도약하는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유승민 의원님도 힘을 모아주시라”고 했다. 한 전 대표도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을 함께 언급하며 “제가 앞장서서 구태와 퇴행의 이전투구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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