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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업공개(IPO) 대어’ 등판으로 공모주 광풍이 불면서 일부 고액자산가와 소규모 사모펀드 운용사가 합을 맞춰 공모주 물량을 받는 이른바 ‘대리청약’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불법 대리청약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반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장 후 연일 급등하면서 최근 공모주 투자는 사실상 무위험 수익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개인 계좌 대신 기관을 통해 공모주를 대리청약하는 ‘꼼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배정물량이 많고, 펀드 성격에 따라 우선 배정도 활용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를 노린 고액자산가들이 기관 계정을 활용해 공모주 청약에 우위를 확보하고, 단기간 차익 실현을 도모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기관 명의로 공모주를 대리 청약해 수익을 남기는 사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7일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일부 큰 손들 가운데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대리청약을 하고, 수익을 기관과 공유하는 대리청약이 성행하고 있다”며 “특히 펀드에서는 공식적인 수수료만 떼고 수익에 30% 내외를 현금으로 해당 운용사 관계자에게 뒷돈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모주로 한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투자자는 일반 공모주 청약 시 증거금을 낸 액수에 비례해 주식을 받는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 증거금을 많이 내더라도 실제 배정된 주식수는 매우 낮다. 예를 들어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일 경우, 1억 원을 넣으면 10만 원치 공모주를 받는 셈이다. 앞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증거금 1억 원에 5주를, SK바이오팜은 13주를 받았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것과 달리 기관투자자는 별개로 청약을 진행해 주식배정에 우위를 갖고 있다. 주관사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전체 공모 물량 중 80% 정도가 기관투자자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다. 일반 공모 투자자 할당량은 나머지 20% 정도로, 이를 받기 위해 청약 증거금을 높여 경쟁하는 셈이다.
기관 계정으로는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200%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관 대리청약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이야기가 퍼지며 아예 부실한 사모 자산운용사를 매매하려는 문의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개점휴업 상태인 자산운용사가 최소 5억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손들의 대리청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소수 자산운용사가 공모주를 대리청약해 수수료를 챙긴 이유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에서 ‘뒷 돈’을 받아 챙긴 수익과 비교해 과태료, 제재수위가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이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예고했음에도,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같은 거래를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조사에 걸릴 기간, 펀드 범위, 이면계약 등을 고려하면 우선 수익을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 청약 물량을 신청했다는 근거도 면죄부로 내놓을 수 있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인 이상 폐쇄형 사모펀드로 구조를 짜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 공모주 청약으로 미뤄보면 수익률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며 “금감원의 전수조사를 앞둔 가운데 웬만한 운용사에서 대리청약, 리베이트 등 불법을 감수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자본격차를 이용한 대리청약은 일반투자자들과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데, 대리청약이 개입될 경우, 이는 가격 왜곡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인가가 매매되고, 이를 통해 공모주를 청약하는 건 적법하지만, 개인이 대리청약을 하거나 리베이트가 오간 사례는 분명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 전수조사가 예정돼 있어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집중 조사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설경진 기자(skj7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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