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 국내 작가 대상 도서정가제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사수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도서정가제 사수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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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제값'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물건의 가치에 걸맞은 가격이라는 뜻이지요. 동네책방의 존속과 건강한 출판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도서정가제의 개악을 반대합니다."(오은 시인)
"가장 먼저 책을 발견해주고 숨어 있는 책도 빛내주는 동네책방의 큐레이션 없이는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의 선택 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동네책방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서정가제를 지지합니다."(정세랑 소설가)
글을 쓰는 작가 10명 중 7명은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출판인회의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9월말 작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7%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30.2%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독자들에게 최대 15%(가격할인은 10% 이내)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즉, 이번 설문 응답자들 중 약 70%는 현행 할인율을 이어가거나, 할인폭을 낮춰야한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나. 반면 현행보다 많은 혜택을 줘야한다고 답한 작가는 30%였다.
한국출판인회의 측은 "이런 결과는 도서정가제가 단순화된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돼왔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출판·서점계와 더불어 창작자들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도서정가제가 현재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47.1%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답변 33%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이 되는 분야를 묻는 질문은 중복 응답을 허용했는데 '가격 경쟁의 완화'가 62.85%로 1위, '작가의 권익 신장'이 58.5%로 2위, '동네서점의 활성화'가 54.8%로 3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신간의 증가'(31.7%), '출판사의 증가'(18%) 순이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측은 "중복 응답자 중 58.5%가 '작가의 권익 신장'을 꼽았는데 도서정가제가 작가들의 기본적인 인권이자 재산권인 저작권을 시장경제의 폭압 속에서 보호해주는 장치임에 동의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서정가제가 책값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작가는 절반에 달했고, 신간 출간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작가는 43%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33.9%보다 9% 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2014년 11월부터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2013년 6만1548종이었던 신간 종수가 2017년에 33% 늘어난 8만1890종이라는 통계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외에도 전체 응답자 중 85.1%가 출판문화산업이 지식, 교육, 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되고 육성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300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제공한 비문학작가 1200명을 합한 3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1135명이 응답했다. 신뢰도 95%에 표본 오차는 ±2.9% 포인트다.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지난 7월29일, 문체부의 일방적인 '도서정가제 재논의' 통보 이후 문체부 주장대로 '소비자 후생'을 위해 할인제한 재검토 필요성 등이 과연 출판문화 생태계의 핵심 주체인 작가-출판사-서점-독자의 실제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 방향인지에 대해 확인하고자 세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종합해보면 작가, 출판사, 서점, 독자의 70%가 현행 도서정가제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현재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서정가제 개악 시도 및 출판문화 말살 정책은 명백히 작가는 물론 출판사와 서점을 모두 고사시키는 정책"이라며 "도서는 시장경제 대상이 아니고 정신문화의 모체로, 오히려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는 이번 작가 대상 도서정가제 여론조사 결과와 입장 발표가 이뤄진다. 또한 한강 작가, 박준 시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가 진행된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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