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5일 오후 2시 1심 결심공판
회고록서 고 조비오 신부 비난한 혐의
유족들 "최고 형량 선고되길 바란다"
김정호 변호사 "국가폭력 피해, 규명"
피해자 측 "5·18 헬기사격, 신군부가 삭제"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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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신군부 측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이 5일 광주에서 열린다. 조 신부 유족 측이 "(사자명예훼손죄의) 최고 형량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한 상태에서 검찰이 어느 정도 구형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법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을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진행한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서는 검찰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 변론 등이 진행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해 온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은 법원의 불출석 허가를 받아 지난 5월 이후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고 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성립되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한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 앞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 동상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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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가면 쓴 사탄" "거짓말쟁이" 주장
5·18 당시 헬기사격을 둘러싼 증언은 엇갈린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80년 당시 간호사·학생·시민 등은 "광주 시내에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군 관계자 등은 "일부 무장헬기가 출동했지만,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1일 첫 공판기일부터 5·18 당시 헬기사격을 줄곧 부인해왔다. 지난 4월 27일 법원에 출석한 그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물음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1일 열린 재판에서도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년 동안 누구보다 헬기사격 기록을 많이 읽어 왔지만, 아직도 (5·18 헬기사격에 대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 측은 고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마무리 단계인데도 광주시민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이번 재판이 전두환의 여러 죄에 대한 상징적인 처벌 의미를 가진 만큼 최고 형량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 7월 20일 광주지법 앞에서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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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5·18과 관련한 사실상 마지막 사법적 처벌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10개 혐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기소 돼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헬기사격 관련 기록 부재는 신군부가 이를 삭제, 위·변조했기 때문"이라며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진상규명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사죄를 하지 않으니 피해자들로서는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기막힌 처지에 놓인 상황을 재판부가 살펴주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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