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연신내 책방 운영철학 담은 책 내
2년 전 니은서점을 연 노명우 교수와, 함께 서점을 꾸려가는 ‘북텐더’들이 지난달 25일 서점 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북텐더 이동근, 구보라씨, 노 교수, 북텐더 송종화씨가 활짝 웃었다. 최정동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절대 ‘OO대학교 추천 도서 100’ 따위의 추천 리스트를 참조하지 말라.” 사회학자 노명우(54·아주대) 교수가 지난달 펴낸 새 책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클)의 당부다. 『세상물정의 사회학』『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인생극장』 등 피부에 와 닿는 사회학 대중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온 그는 2018년 아예 상아탑 밖 실험 무대를 세웠다. 서울 연신내의 10평 남짓 작은 책방 ‘니은서점’이다.
‘사양산업 영세 자영업자’를 자처하는 노 교수가 세간의 필독서 목록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저 필독서란 이유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펼친다면 며칠 안에 책 던지며 독서랑 절교할 가능성이 다 읽을 가능성보다 높은 탓이다. 거기다 “필독서 리스트는 한 명이 만든 게 아니라서 서로 가치관이 충돌할 수 있고 뒤죽박죽”이란다.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베스트셀러도 꼭 읽을 필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그보단 자기랑 독서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맞죠.” 이런 철학으로 지난 2년간, 유튜브와 더 친한 디지털 세대를 책으로 홀린 ‘마스터 북텐더(북 바텐더)’ 노 교수를 지난달 25일 만났다.
니은서점은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전문이다. 노 교수에 따르면 1년에 신간 서적이 8만종, 여기에 구간도서까지 몇십만 권 중 니은서점 서가에 꽂히는 책은 1000종이 채 안 된다. 대부분 노 교수의 관심과 취향으로 구성된다. “작가이자, 교육자, 서점 주인의 정체성이 서로 딴죽걸기도 하면서 절충안을 찾아 만든” 일명 책들의 ‘소우주’다.
“책에 대한 1차 판단은 먼저 읽은 사람들의 리뷰에요. 신간이 나오자마자 올라오는 리뷰는 서평단에 의해 대부분 별 다섯 개를 만들어낸 것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내 돈 주고 내가 사서 읽는 냉혹한 평들을 참조해요. 최종 관문은 제가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죠.”
끌리는 책이 있으면 저자가 책에 인용한 다른 책 목록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 작가만 잡아당겨도 고구마 줄기처럼 책이 주렁주렁 뽑혀 나오죠.” 자꾸 읽으면 자기 취향에 눈뜨게 돼서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게 된단다. 니은서점만의 ‘북텐더’들은 자신의 독서 경험을 살려 이런 손님들의 취향 탐구를 돕는다.
노 교수는 서점을 오가던 90년대생 ‘독서가’ 구보라(30)·이동근(28)·송종화(29)씨를 정식 직원으로 맞았다. 이들이 SNS에 책 추천을 올리면 24시간 이내에 서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메시지·e메일로 주문이 들어온단다.
책, 서점이 주는 물리적 감각도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의 일부다. 니은서점엔 조지 오웰, 슈테판 츠바이크, 강상중 등 노 교수가 닮고 싶고 영향받은 작가들을 모아둔 ‘명예의 전당’도 있다.
노 교수는 “정보와 생각은 다르다. 정보만 원하는 사람은 유튜브,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하지만, 책은 정보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생각을 자극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책은 능동적인 지적 활동을 해야 읽을 수 있다. 인권에 관한 책을 10시간 걸려 읽으면 그 시간만큼 인권을 생각하게 된다. 생각의 깊이는 빠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와 질문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가에 좌우된다”면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