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헬기 야간 운항’ 없다더니…계엄군 기록엔 버젓이 “헬기 이용”

3공수여단 전투상보 입수

5일 사자명예훼손 ‘결심’

[경향신문]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전남도청진압작전을 준비하면서 야간에 헬기를 운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5·18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89) 측은 “헬기의 야간운항이 불가능했고 사격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일 경향신문이 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3공수여단의 ‘전투상보’ 확인 결과 1980년 5월26일 밤 도청진압작전 준비를 위해 헬기가 투입됐다. 계엄군은 5월27일 새벽 도청진압작전에 투입될 3공수 특공대 80명과 장비 등을 수송하는 데 헬기를 이용했다.

전투상보에는 광주 광산구 광주비행장에 머물던 3공수 특공대가 “5월26일 오후 6시30분 헬기를 이용 (20사단)61연대 3대대 지역에 공수”됐다고 적혀 있다. 당시 61연대 3대대 주둔 지역은 광주 동구 소태동으로 전남도청과는 5㎞ 거리다.

헬기는 3공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이후에도 2차례 더 운항했다. 전투상보에는 “오후 9시30분 기획실장이 추가 첩보 및 건물 요도 작전팀에 제공” “오후 10시30분 특수화학탄 10발을 작전팀에 정보참모가 공수”했다고 기록돼 있다. 소준열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부 사령관도 이날 헬기를 이용해 3공수 집결지를 찾았다. 소씨는 1988년 민주화합추진위원회에서 “(공수부대가) 조금 과격하면 어떨까, 이것이 염려되어 헬리콥터를 타고 어둑어둑할 때 소태동 전선이 얽혀 있는데도 간신히 내렸다”고 진술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광주 지역 일몰 시각은 오후 7시37분이었다. 해질녘부터 늦은 밤까지 헬기가 수차례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하지만 전씨 측 변호인은 그동안 재판에서 “5·18 당시 헬기들은 장비가 없어 야간 운항이 불가능했고 사격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5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전씨 측 주장은 ‘야간 운항을 할 수 없으니 헬기가 도청진압작전에 동원돼 전일빌딩에 사격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3공수 전투상보는 그들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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