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발 중지” 메시지 강조…‘종전선언’ 선 긋기
靑 게시판에는 ‘종전선언 비판’ 청원만 800건
정부, 美 외교채널 통해 ‘종전선언’ 집중 계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해상에 표류 중이던 우리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 사건에도 정부가 ‘종전선언’ 논의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공개 제안한 이후 정부는 각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과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미국은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피격 사건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계기로 이뤄진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 “북한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지금 관여에 나서야 하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 도발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먼저 강조하며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본부장은 지난달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 본부장은 협의 전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협의 직후 비건 부장관은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에 많이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미국과 한국, 우리만으로 할 수 없다.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고, 그들이 준비됐을 때 논의가 열려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청와대 역시 2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양측은 동맹 현안들 및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구축 진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사망 사건 관련하여, 미측은 사망자 유족 및 한국 국민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고, 한국 정부의 남북 간 대화를 통한 진상 규명 등 사건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지만,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복수의 외교채널을 통해 비핵화 조건 없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 중인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 역시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로 부정적인 상황이다.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북한군의 총격에 분노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3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게시물은 “문 대통령은 본 사건에 대해 보고받고도 종전선언을 했다. 제가 알고 있는 종전의 사전적 정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것이냐”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 종전 선언의 실수를 인정하고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비판하는 내용의 청원이 최근까지 800여건 게시됐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오는 7일 방한하며 정부는 종전선언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미중 경쟁 속에서 동맹 공조 방안을 주로 논의한다는 계획으로, 실제 종전선언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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