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떨어져 서울 신대방동 식당 문을 닫은 손원주씨. 최선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제 장사는 다신 안 할거에요 정말로.”
지난 18일 서울 신대방동의 한 고기구이집 사장 손원주(58)씨는 중앙일보 기자가 인사와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네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은 이 가게의 마지막 날이었다. 손 씨는 마지막 점심 영업을 마치고 가게 정리에 한창이었다.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이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굳은 표정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자리 포함해서 이 주변에서 15년 장사했는데 이렇게 안 될 수가 없어요.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매출이 떨어져 서울 신대방동 식당 문을 닫은 손원주씨. 최선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손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하루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월세 300만원과 직원 3명의 월급, 각종 재료·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하루 매상은 20만원도 올리기 힘들어졌다. 건물주와의 임대료 인하 협상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초 1차 확산기부터 약 반년을 버티다못해 결국 이날을 마지막 장삿날로 정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최근 조사(3415명 대상)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경영비용 가운데 가장 부담 되는 것’에 대한 물음에 손 씨처럼 임대료 문제를 꼽은 사람은 69.9%다.
손 씨는 “한 명 남은 직원도 이제 오늘까지”라며 “모아둔 돈도 없어서 이제 어떻게 먹고 살 지 걱정이지만, 그래도 장사는 다신 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코로나를 퍼뜨린 것도 아닌데 나라에서 너무 무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한 주점의 영업 종료 안내문.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정부 지원책 턱없이 부족"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부에 접수된 폐업 점포 지원사업 신청 건수는 7745건이다. 폐업 소상공인에게 세무ㆍ노무ㆍ임대차 상담을 해주고 가게 철거비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미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보다 19% 많다. 이에 정부는 최근 4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조2000억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최대 200만원씩 지급하는 ‘소상공인 새희망 자금’과 폐업 소상공인에게 50만원씩 주는 ‘재도전 장려금’등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부족한 지원책이라는 반응이다. 김임용 소상공인회장 직무대행은 “이분들이 입은 피해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며 “직접적인 영업손실 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회는 영업 피해 복구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50만원은 8월16일 이전 폐업자만 받는다
지원책 중 50만원의 장려금 지급 대상이 8월 16일 이전 폐업자로만 제한된 것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2차 확산 시기(광복절 전후)를 고려한 기준인 것으로 소상공인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시장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때문에 이날 전에 폐업한 사람들은 철거비 지원 등만 받을 수 있다. 관악구에서 만두 가게를 운영하다 지난 7월 폐업한 이정우씨는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월세 부담 때문에 힘들어 일찍 폐업한 건데 보조금도 덜 받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설문에서도 올해 하반기 소상공인 매출은 줄어들 거란 전망이 87.4%에 이른다. 김임용 회장대행은 "유명 연예인 홍석천 씨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판국에 영세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19 사태를 버텨낼 재간은 없다”며 “폐업 소상공인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대책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