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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곳곳서 세대교체 확산…그룹 內 변화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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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승계·세대교체 인사 통해 오너家 3·4세 영향력 커져…'오너리스크'는 숙제

아이뉴스24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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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연이어 단행되는 주요 그룹 인사와 지분 승계 등을 통해 재계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그룹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총수일가들이 연이어 지분 승계에 나서 자녀 세대들의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주식자산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더욱이 몇몇 그룹들은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던 회장, 대표 등이 물러나는 대신 창업주 3·4세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내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창업주 3·4세대가 경영 전면 나서면서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다.

창업주 3·4세대, 경영 전면에…세대교체 확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28일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들의 증여세액은 최대주주 할증 등이 포함돼 총 3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일로 이 회장 보유 지분은 이마트 18.22%, 신세계 18.22%에서 각각 10.00%로 낮아졌다. 반면 정 부회장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 총괄사장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가 됐다. 재계에선 이를 기점으로 이마트와 신세계가 점차 다른 회사처럼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아직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증여로 그룹 지배 체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일로 신세계가 승계 작업을 한 단계 더 진전하고 남매 분리 경영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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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사진=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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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지난 28일10개 계열사 대표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며 '3세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 인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에 김 부문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9개월 만이고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한 지 11년 만에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며 전략부문장·부사장을 맡아왔다.

재계는 이번 일로 김동관 사장이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전반을 이끄는 중책을 맡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동생인 김동원 상무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막내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리조트 부문을 이끄는 승계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김동원 상무는 이번에 승진하지 않았지만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서 회사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화그룹은 최근 미국 수소시장 진출을 노리고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천160억 원)의 지분 투자를 했지만,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난감한 상태다. 니콜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한화그룹은 수소·태양광 사업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도 굴곡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니콜라의 사업 모델이 모두 허위로 드러나면 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가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라며 "투자 실패 시 승계를 위한 지분 거래 등을 통한 한화의 지배구조 개편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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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




GS그룹은 지난해 말 허창수 전 회장이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바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물러났다.

이에 GS홈쇼핑을 이끌던 허태수 부회장이 GS그룹의 후임 회장이 됐다. 허태수 부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그룹 전반에 IT 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한 디지털 전도사로 유명하다. 허 회장은 지난 6월 임원 포럼에서 디지털 전환(DT)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GS그룹은 허창수 전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을 본격화한 상태다. 지난 2018년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LS그룹에선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3세들 중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에 올랐지만 열흘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눈길을 끌었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로 선임됐으나 "경영 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셀프 사퇴'했다. 대신 미래사업본부장을 맡으며 당분간 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LS그룹 3세들은 모두 승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전무는 부사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상무)는 전무로,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여기에 LS그룹 오너일가도 '코로나19'로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지난 5월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LS 주식 총 95만9천 주를 증여한 바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두 딸에게 10만 주씩,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두 명의 조카에게 6만주씩 증여했다.

또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아들과 친인척 등에게 12만7천 주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두 자녀에게 10만 주씩을,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두 자녀에게 5만 주씩을 각각 넘겼다. 구자열 회장의 누나인 구근희 씨도 딸 등에게 19만2천 주를 나눠줬다. 또 구자열 LS그룹 회장 외아들인 구동휘 LS 전무는 지난 7월 중순 4천 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 확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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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전경 [사진=LS그룹]



별세에 불명예 퇴진으로 갑작스런 승계작업

LG그룹은 지난 2018년 6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갑작스럽게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연말 인사에서부터 젊은 총수의 면모를 보여주며 '뉴 LG'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한진그룹 3세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곧 바로 지난해 4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조 회장은 조 전 회장 시절 임명됐던 임원들 대신 1960년대생 임원들을 대거 중용해 세대교체를 꾀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018년 말 이웅열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 전무는 아직 어린 데다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어 총수 자리를 물려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GF그룹도 지난해 10월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부사장을 BGF 대표로 선임하며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 했다. 또 홍 부사장은 지난해 5월 아버지인 홍 회장과 어머니인 양경희 씨가 각각 보유하던 지분 9%(857만9천439주)와 0.51%(48만7천578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690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홍 회장의 지분은 53.54%로 낮아졌고, 2대 주주로 올라선 홍 부사장의 지분은 10.33%로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홍 부사장이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지난해 지분 인수에 나서며 사실상 세대교체가 임박했음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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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CJ그룹]



일부 그룹에선 경영승계 작업 과정에서 여러 악재들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CJ는 올리브영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래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재계에선 이 회장의 두 자녀인 이 부장과 이경후 CJ ENM 상무로의 승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장은 10년 전 CJ파워캐스트 지분을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에게 각각 24%, 12%씩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승계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 부장이 마약 밀반입 혐의로 기소돼 그룹 전체는 물론 후계자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경영승계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일각에선 CJ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장녀인 이경후 상무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장남인 이선호 부장이 그룹 경영을 주도하면서 이경후 상무가 조력자 역할을 해주는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 부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상황에서 마약 사건이 터져 승계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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