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10년만에 최다
매물 적체되며 신규 경매 접수 물건도 늘어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경매시장 영향 '미미'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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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지지옥션이 낸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전월(169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380건은 2015년 4월(401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7.0%로 2022년 6월 기록한 110.0%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수요자가 선호하는 강남권을 제외하면 낮다. 지난달 기준 강남권 낙찰가율은 강남구 107.5%, 서초구 107.3%, 송파구 101.3%로 서울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8월 47.3%까지 상승했던 낙찰률도 약세다. 9월 45.6%로 떨어졌던 지수는 10월에도 41.3%로 하락했다. 낙찰률이 떨어진 것은 시장에 물건이 그만큼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매에 나온 물건이 쌓이는 상황에서 경매에 나오는 물건도 많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수는 49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88건) 대비 약 31%(1199건) 늘었다. 2022년 같은 기간 2260건과 비교하면 임의경매를 신청한 집합건물이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매를 기다리는 물건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집합건물 중 유효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건수는 지난해 3월(3686건) 이후 1년 6개월 동안 늘었다. 지난달에는 6454건으로 전월(6478건)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자치구 중 송파구에서만 한 달 만에 유효 등기가 86건 감소했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매물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봉구는 한 달 만에 19건 늘었고 동작구(13건), 강북·서초구(9건) 등은 여전히 임의경매개시 결정 등기를 받은 매물 수가 상승세다.
임의경매를 위해 채무자는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신청하고 이후 법원이 심사를 거쳐 경매개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가 나오면 물건 감정평가와 점유관계, 보증금의 액수 등을 조사한 후 경매를 진행한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수가 늘어난 것은 앞으로 경매를 진행할 물건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미 경매 신청 건수가 증가세인 상황에서 대출 이자 부담은 여전해 경매 물건이 줄어들 만한 요인이 없다"면서 "앞으로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아파트단지.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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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늘어난 신규 경매 물건이 내년까지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 후 실제 입찰이 진행되기까지 7개월~1년 소요된다. 올해 경매를 신청한 물건이 내년 경매를 진행하게 될 경우 낙찰가와 낙찰가율 등 지표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올해 경매 신청된 물건이 늘어난 만큼 내년 경매를 진행하는 물건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 낙찰가가 떨어져 수요자 선호 지역인 강남권조차 낙찰가율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경매시장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는 여전하고 낮아진 금리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가 일부 내려가더라도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인 만큼 경매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은 금리와 관계없이 경매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매물 소화도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 또한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서는 물건 수 감소 등 금리 인하의 영향이 (인하 후) 약 1년 후 나타난다"면서 "내년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당장 경매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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