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들어온 돈 55조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이어
10월 BTS 소속사 ‘빅히트’ 상장
‘따상’ 기대하는 투자자들 분주
상장 당일 230%↑가능하지만
공모가보다 하락한 종목도 있어
증권신고서·기관 수요예측 참고
투자전 기업가치 꼼꼼히 점검을
소액투자면 공모주펀드 해볼만
그래픽_김승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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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양아무개(42)씨는 요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신규 상장을 앞두고 현금 모으기에 분주하다. 지난 7월 에스케이(SK)바이오팜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어 소소하게 용돈을 벌었다는 그는 “직접 해 보니 웬만한 돈으론 몇 주도 받기 어렵더라”면서도 “시장 기대가 큰 기업들은 일단 (주식을) 받아두면 작게라도 시세차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여보려고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55조원 투자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지난 7월과 9월 상장한 에스케이(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학습효과가 작용했다. 오는 10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또 한 차례 공모주 배정을 위한 현금 확보전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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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따상’? 그게 뭐야
공모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상장 초기 수익률이다. 통상 공모가는 증권사가 산출한 주당 평가가치보다 10∼30% 할인된 가격에 배정되기 때문에 상장 직후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에스케이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일명 ‘따상상상’(시초가 2배+상한가 3번)과 ‘따상상’(시초가 2배+상한가 2번)으로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유가증권 상장규정상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는 공모가의 90∼200%에 장을 시작(시초가)할 수 있어 가격제한폭 30%까지 반영하면 상장 당일 공모가의 최대 230%까지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모주를 장기 투자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첫날 급등을 바라보고 청약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가 매번 고수익을 거두는 건 아니다. 상장일 시장가가 공모가보다 더 낮게 형성돼 투자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상당하다. 지난 21일 상장한 의료용품 제조 기업 비비씨는 일반청약 경쟁률이 464.19:1을 기록할 만큼 치열했지만 상장일 주가가 2만2300원으로 공모가인 3만700원보다 27% 하락했다. 지난 6월 상장한 바이오기업 젠큐릭스도 공모가격인 2만2700원보다 낮은 2만1650원에 상장 당일 시장가가 형성됐고, 지난달 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젠도 공모가 2만7천원보다 낮은 2만5500원에 상장 첫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했지만 투자자 차익실현 후 주가가 주저앉는 경우도 흔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기업공개(IPO) 시장 분석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보면 지난해 신규 상장한 73개 기업의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27.5% 높았지만 연말 종가는 평균 9.2% 높게 형성되는 데 그쳤다. 연말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기업도 31개(42.4%)였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아 투자자 기대가 컸던 48개 기업들 가운데서도 18개 기업은 연말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금감원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므로 참고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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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업 ‘옥석가리기’ 필수
이 때문에 공모주에 투자하기 전 꼼꼼한 기업 분석은 필수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공모 기업의 위험과 매력을 분석해 놓은 ‘투자설명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각사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상장 주관사들은 글로벌 팬덤 지적재산권(IP)의 개발 노하우와 사업화 역량, 핵심 프로듀서 인력 보유 등을 빅히트의 경쟁력으로 꼽았지만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 의존과 멤버들의 군 입대 가능성, 주요 아티스트들과 재계약이 실패할 가능성 등은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주관사들은 또 빅히트 기업 가치 산정에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카카오, 네이버 등을 활용했다고도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기업가치/상각전이익’(EV/EBITDA)를 활용해 ‘주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투자자 항의를 받기도 했다. 공모주 투자에 앞서 이렇게 주가 산정의 주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 주가가 적절한지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공모주의 흥행 여부를 알아보려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진행되는 수요 예측 결과도 눈여겨 보는 게 좋다. 기관투자자들의 청약 물량도 확인할 수 있고 기관들끼리의 경쟁률도 공개되기 때문에, 공모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된다. 이제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카카오게임즈(1478.53:1)가 가장 높았다.
최대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주식 매각 제한 기간도 꼭 확인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시장에 매도 가능 물량이 늘어나 주가가 낮게 형성될 수 있어서다.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기간은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기간은 증권발행실적보고서의 ‘청약 및 배정에 관한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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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일수록 청약 어려워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청약하려는 기업이 인기가 많으면 주식을 배정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1000:1이라면 1000주를 청약해야 1주를 받는다. 실제로 경쟁률이 1524:1이었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1524주를 청약해야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많은 수의 주식을 청약 신청하려면 그만큼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야 한다. 청약증거금은 공모가를 기준으로 청약 신청한 수량을 사는 데 필요한 금액의 절반이다. 에스케이바이오팜 청약 당시를 예로 들면 공모가 4만9천원인 에스케이바이오팜 100주를 청약 신청하려면 490만원(4만9천원×100)의 절반인 245만원을 청약 당일 증권사에 납부해야 했다. 공모가가 2만4천원이었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단 1주를 청약 받기 위해서도 1828만원(2만4천원×1524×0.5)을 청약증거금으로 투입해야 했다. 공모주 투자가 ‘현금부자들의 잔치’라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적금을 깨고 심지어 대출까지 받는다. 주식에 배정되지 않은 돈은 투자자 계좌로 환불된다.
청약 마지막날까지 ‘눈치게임’도 상당하다. 공모주 청약은 사전에 정해진 주관사·인수회사 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회사별로 배정 물량이 다 달라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일반청약공모를 받는 증권사는 엔에이치(NH)투자증권(35%), 한국투자증권(30%), 미래에셋대우(10%), 키움증권(2%)이다. 제이피모간증권회사 서울지점(23%)은 일반청약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런 ‘쩐의 전쟁’에 흥미가 없는 소액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보다는 공모주펀드에 투자하기도 한다. 개별 기업들의 청약경쟁에 매번 뛰어들기보다 여러 상장기업 공모주에 두루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연초보다 1조2490억원 늘어, 연초보다 3조원 늘어난 원자재펀드와 천연자원펀드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 공모주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5.86% 올랐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공모주에 투자자 관심이 커진 건 자금조달하는 기업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처음 상장하는 기업은 기존 상장사보다는 시장에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영미권 아이피오 투자가 전문투자자와 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국내 아이피오 투자는 개인투자자의 참여도 큰 편”이라며 “기업 주가는 장기적으로 실적(펀더멘털)에 수렴하니, 투자 기업의 기대가치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위험도 면밀히 분석해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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