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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상한’ 퀴어에서 ‘일상의’ 퀴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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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소수자 공개 발화 맞물려

출판계 주요 흐름으로 부상 중

올 출간 종수, 작년 1년치 넘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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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문학을 논하는 데 있어 ‘퀴어’를 빼놓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이상한’ 취급을 받던 퀴어 서사는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공개적 발화와 맞물려 문단에서도 주요 흐름으로 부상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최근 5년간 출간된 퀴어문학 도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까지 출간 종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출간 종수를 넘어설 정도로 출판계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2016년 출간된 퀴어문학은 외서 2권이 전부였다. 2017년 국내서가 출간되기 시작하더니 2019년 13권, 올해는 15권 출간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는 17세 소년의 짝사랑을 그린 퀴어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화제가 됐다. 영화 원작소설 <그해, 여름 손님>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며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25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퀴어문학의 성장세를 이끈 도서로는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를 다룬 최은영 작가의 단편 ‘그 여름’이 실린 <내게 무해한 사람>(2018)과 무거움을 덜어낸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2019)이 꼽힌다. 두 소설은 예스24 국내도서 종합 100위에 각각 10주, 4주 동안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얻었다. 김봉곤 작가의 경우 최근 ‘창작윤리’ 문제로 비판받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퀴어 당사자의 발화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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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도서도 다양해지고 있다. 매년 퀴어 이야기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큐큐퀴어단편선’은 지난 14일 세 번째 <언니밖에 없네>가 나왔다. 조우리 작가는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을 출간했으며, 김선우 작가의 <우리는 같은 곳에서>, 한정현 작가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 김멜라 작가의 <적어도 두 번>, 김병운 작가의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도 관심을 받았다.

소설 외에도 ‘한국 국적 오픈리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 작가가 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여자×사람×친구>는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의 박김수진 작가가 레즈비언의 다양한 삶을 조명한 인터뷰집이다. 학술대회나 문예지에서 ‘페미니즘’과 ‘퀴어’를 함께 조명하는 흐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퀴어 도서 구매는 여성 독자(80.2%)가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소설 주 구매층이기도 한 20~40대의 구매 비중이 컸는데, 30대가 33.4%로 가장 많았다. 예스24 소설·청소년 담당 박형욱 MD는 “최근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나 퀴어 유튜버 등에서 보듯 일상에서도 성소수자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출판계에서도 문학 도서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행본 출간뿐 아니라 시리즈 도서나 문학 잡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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