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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늦깎이 시인 된 대구 할매들…"한글 눈뜨니 날마다 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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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겨울 동안 보도블록 속에 숨어 있던 풀들이 봄이 되니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너희들은 참으로 용감하구나.'

대구 수성구에 사는 조선희 할머니(79·사진)가 쓴 시 작품 '그래도 봄이다' 중 일부분이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글을 배운 조 할머니는 이 작품을 통해 올해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상을 휩쓸었다.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대구시장상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최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조 할머니는 "젊은 시절 글을 몰라 한이 맺혔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저도 살겠다고 보도블록 사이로 나온 새싹을 보니 글이 떠올라 시를 쓰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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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 할머니들이 늦깎이로 배운 글로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시 작품을 선보여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해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는 조 할머니를 비롯해 김영자 할머니(79)의 시 '철갑옷을 벗는 기쁨', 최순자 할머니(77)의 '내 인생 새 출발' 세 작품이 최고상인 대구시장상을 받았다. 조 할머니는 '그래도 봄이다'라는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머물던 답답한 심경을 골목에서 자라나는 새싹을 보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의인화해 표현했다. 최 할머니는 '내 인생 새 출발'이라는 작품에서 한평생 학교 대신 부엌, 연필 대신 주걱을 쥐고 살아온 본인 인생을 돌아보며 늦깎이 배움의 즐거움을 시로 담았다. 김 할머니는 '철갑옷을 벗는 기쁨'이라는 작품을 통해 한글을 배우며 알아가는 것이 무겁게 짊어진 철갑옷을 한 겹, 두겹 벗는다는 즐거움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수상 작품은 대구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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