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해외 공장에서 일하다 현지 감염병에 걸려 숨진 근로자의 경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구밀도가 높은 공장의 근로환경이나 현지 상황으로 인한 때늦은 치료 등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캄보디아에서 얻은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 A(64)씨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7년 11월 한 회사에 입사해 프놈펜 인근의 인형 제조 공장에서 일하게 된 A씨는 현지에서 얻은 질병으로 건강이 악화해 이듬해 1월 귀국해 입원했지만 숨졌다. 사인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한 폐렴과 저산소증이었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간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A씨의 단기간 과로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환경도 인플루엔자(독감) 또는 폐렴을 유발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유족 측은 "A씨는 캄보디아 특유의 독감 유형에 감염돼 면역이 없어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현지에서 초기에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했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하던 공장에는 600명이 넘는 캄보디아 현지인들이 근무했고, A씨가 밀집된 환경 속에서 이들과 불가피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과거 A씨가 한 말이나, 현지 대중교통편이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A씨가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프놈펜 시내로 외출한 횟수는 전체 근무기간인 53일 중 1~3회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A씨가 외부가 아닌 공장 내에서 독감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캄보디아의 경우 연중 기온이 높아 국내에서 발견되는 독감과 다른 유형이 유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A씨 발병 후 합병증이 발생한 데에도 이런 특수성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에 의무실에서 받은 해열진통제 등을 복용했을 뿐 약 1개월 동안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캄보디아 현지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 기회를 받지 못해 조기 진단이 늦어진 점도 상태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