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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 논란'…인권위 "학교 조치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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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동석한 회식서 같은 과 학생에게 성추행 당해

피해자, 교수한테 상담했지만…"별다른 조치 없어"

비판 언론보도에 '반박 공개토론회' 계획한 교수도

피해자 참석 요청까지…"반론 기회 주려고" 해명

인권위 "학교 측 명예회복만을 중시한 처사" 지적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노컷뉴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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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교수와 학교 측이 학생들 사이에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 보호를 허술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교 조치 미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전남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8년 12월 같은 과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동석한 학과 교수 B씨에게 이를 상담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B교수는 신고 절차 안내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교내 인권센터에도 신고했으나, 적절한 분리조치 등 적극적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0월 인권위에 B교수 등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B교수는 인권위 조사에서 "진정인이 성추행 사건 발생 당일 오후 연구실에 방문해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으나,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론화·대처방안·자문·처벌 등을 명시적으로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사건의 경우 민감한 사안이라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진정인의 명확한 의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인이 인권센터 신고와 형사 고소를 제기한 점 등 상담에 이르게 된 경위나 상담 전후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B교수에게 곧바로 보호조치 미흡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기각했다.

다만 "국가공무원이자 교육자로서 평소 진정인과 신뢰관계를 유지해왔던 B교수가 진정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호소를 들었음에도 성추행 피해자의 명시적인 요청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센터 신고 권유 등 최소한의 안내조차도 하지 않은 부분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는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A씨는 성추행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린 이후에도 수업에서 가해 학생과 마주치는 등 분리조치가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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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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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인권위는 "성희롱·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이후 가해자와 대면할 경우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추행 신고사건의 당사자들을 분리하기 위해 이들이 공통으로 신청한 모든 과목을 분반할 수는 없다"면서도 "영상 강의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등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인권센터와 로스쿨 측의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가 불충분하거나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전남대 로스쿨 C교수는 이를 반박하는 공개 토론회를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C교수는 피해 학생인 A씨에게 문자를 보내 토론회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C교수는 "학교 측의 일련의 조치를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되게 보도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본인뿐만 아니라 대학교 전체 구성원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한 것"이라며 "A씨에게 참석을 요청한 이유는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게 될 고통은 고려하지 않고 C교수와 피진정학교의 명예 회복만을 중시한 처사로, 성추행 피해자인 진정인은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 나올 것을 요청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심리적인 압받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개토론회가 결과적으로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 강요로 인한 인격권 침해나 성추행 피해 사실 공개 등 2차적 인권침해의 피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로스쿨은 차별·소외·편견으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참여적 가치관 함양을 제1의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및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인권센터와 학생 교육·지도 의무가 있는 로스쿨의 보호조치 및 조정 절차에 있어 신속하게 협력하려는 노력과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 면담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지한 교수의 상담 및 안내 등에 있어 미숙한 대응 등으로 인권센터 규정에 따른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권위는 전남대 총장이 교내 인권센터와 로스쿨에 기관 경고를 하고, 교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분리조치, 조정 절차 등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또 로스쿨 교수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에 성인지 감수성 부분을 특히 강화해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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