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지기사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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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장 '뜨거운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본인의 열정도 뜨겁고, 이 지사를 둘러싼 환경도 뜨겁다. 그래서 공격을 많이 받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분서갱유(焚書坑儒) 같은 일이 생길 것"(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말이 격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단독으로 만난 이 지사는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독재'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자신에게 '독재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것. 이 지사 자신은 "법과 원칙,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치주의자면서 원론적인 보수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구의 기준에선 진보적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현존 질서를 기준으로 하면 진보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제안하는 정책 화두마다 급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반대 목소리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는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같은 화두를 던지는 것을 보면 이상주의자 같지만 아니다. 이상주의자에게는 타협이 없다. 반면 나는 타협을 잘 한다. 요즘 내게 씌워진 프레임이 독재자다. 내가 억압스럽고 폭력적으로 (주장을) 관철시킬 거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나는 법을 어긴 적이 없다. 독재자는 법을 어기거나 자기 맘대로 법을 바꾼다. 하지만 나는 부여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권한을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으로 행사하지도 않는다.
-법이 부여한 권한만 최대한 활용한다는 말의 의미는?
▶불법 계곡 점유지를 정리한 사업을 보면 된다. 강제철거한 게 아니다. 원칙을 확실히 보여줬다. '강제철거, 비용부담, 지원배제, 형사처벌. 자, 이렇게 옵션이 있습니다' 하고 보여드렸다. 대신 '철거에 응하면 형사처벌 면제됩니다. 철거한 다음 편의 시설도 설치해드립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하고 설득한 것이다. 협의와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철거하게 했다.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제일사랑교회 사람들에게 8월 말까지 코로나19(COVID-19) 검사 안 받으면 처벌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서울, 인천도 똑같이 경고했다. 경기도는 검사 비율이 85%(8월 31일 기준)인 반면 서울·인천은 각각 52%와 43%다. 경기도는 고발한다고 하면 진짜로 고발해서 그렇다. 그래서 경기도는 고발 숫자가 40명 정도로 훨씬 적다. 이것이 행정의 권위다. 사람들은 내가 억압적으로 주장을 관철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 동의를 얻어 정해놓은 마지노선까지 가지 않고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승차)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선정하고 그 기준선을 모두 지켜줘야 한다.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표현의 자유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제한은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이야기를 했다.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다는 전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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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보수 지지층의 관심과 호감도 받는다. 확장성의 상징인 동시에 불안정성으로도 여겨진다. 본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보수냐, 진보냐의 기준 대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 사익을 위한 정치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보수·진보의 기준으로 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일을 찾아내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내 반대진영에 있는 사람은 보수·진보가 아니라 반공익적인 사람이다. 정략가 또는 정치를 직업·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나는 법과 원칙,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원론적인 보수주의자다. 또 한편으로 기존 질서를 좀 바꿔보자는 입장이다. 서구의 기준에선 진보적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현존 질서를 기준으로 하면 진보적이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국민 삶에 밀접한 문제를 쪼개서 전국민적 화두로 던진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인가.
▶정책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다. '기본'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 기본대출은 국민의 금융 기본권 측면에서 제안했다. '신용'은 국가가 권위로 부여하고 있는데 이 권위는 사실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 소수만이 소위 우대 대출과 같은 이익을 누린다. 억강부약(抑强扶弱·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이라는 국가원리에 근본적으로 반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해줘야 한다. 공공임대의 경우 영세민만 자격이 있다. 이는 시혜이지 권리가 아니다. 나는 일반적으로 기본대출, 기본주택 같은 기준을 높인 목표치를 던지지만 사실 이는 우리가 가야할 최종 목표다. 다만 기본대출을 던지고 논쟁을 하다보면 기존 서민금융 제도라도 개선되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본' 시리즈가 일각에선 포퓰리즘이라고 공격받는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정치적으로 나를 공격하는 프레임이다. 왜 나를 포퓰리스트라고 하느냐? 국민이 좋아하는 정책을 하기 때문이다. 나를 공격하긴 해야겠는데 "너 왜 이렇게 국민한테 잘해?"라고는 비난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한다. 그들의 스피커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내가 백날 '포퓰리즘 아닙니다' 해도 잘 안들린다.
나는 정면 대응한다. 엘리트주의보단 포퓰리즘이 낫지 않느냐고. 혼자 잘난 척하고 국민 뜻에 반하는 결정을 마음대로 하고, 국민들 배제하는 게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이 원하는 걸 하는 게 잘하는 것인가? 그렇게 나는 포퓰리즘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 하지 않는다.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공약 이행률 96%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정치인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 중심 정치다.
-현재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다. 정치의 반경이 넓어지면 이재명 스타일의 '직접민주주의' 방식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정치 영역의 배경이 넓어질수록 불가능해지는 정치활동이 있다. 성남시장일 땐 국민과 1차 접촉이 가능했지만 경기도지사가 되면 2차 행정단계로 멀어진다. 직접 대면이 줄었다. 다만 권한이 커졌다. 국민과의 거리감을 권한으로 극복한다. 예컨대 '이재명표 행정'과 영향력으로 국민께서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국민들에 대한 충심과 열정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줄기가 아니라 지하수다. 일의 방식도, 물리적 거리도 '여의도'와 멀다. 여의도 방식으로 경쟁하고 여의도 정치문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 정책경쟁으로 국민 속에 더 파고들려 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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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 김하늬 기자 realse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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