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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이근 대위 나오면 국감이 희화화?…불리한 증인 거부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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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마다 불리한 증인 모두 거부, 육군 총검술 폐지에 반대하는 ‘가짜 사나이’ 이근 대위도 비토

조선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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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달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비롯한 각종 쟁점에서 핵심 증인들의 채택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그 건은 수사, 감사, 감찰 중이다”는 이유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의 증인 신청을 모조리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국정감사 증인채택 여야(與野)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핵심 증인들에 대해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최대 쟁점으로 예상되는 추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병역 특혜’ 의혹 사건 관련 증인들은 민주당이 일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동일한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부른다면 가서 증언하겠다”고 했던 당시 당직사병 현모씨는 국감장에 나오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추 장관 측으로부터 아들 서씨의 부대 배치·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 수차례 청탁 전화가 있었다고 폭로한 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 이철원 예비역 대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사·감찰’도 증인 거부의 명분이 됐다. 민주당은 ‘채널A 기자 사건’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은 물론 한 검사장에게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증인 신청과 관련해 “서울고검 감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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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 측의 주장을 토대로 재구성한 압수수색 당시 상황. 위에 올라탄 것이 전진웅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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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협의 과정에서 야당은 “감사원 국정감사장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핵심 인사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지 않냐”며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의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정쟁(政爭)과 무관한 증인 채택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 ‘가짜 사나이’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근 예비역 대위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육군이 73년 만에 총검술을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 대위 견해를 묻겠다”며 증인 신청했다. 이마저도 민주당은 “총검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 유튜버와의 문답(問答)은 국감을 희화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거부했다.

앞서 이 대위는 유튜브 방송에서 “육군에서 총검술을 없애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실전에서 총기에 기능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냥 찌를 수밖에 없다. (전투력 향상에) 총검술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혔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2030세대 남성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근 대위가 국감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비판한다면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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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야당의 증인 신청은 위법(違法)한 탓”이라고 했다.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감사를 행사해선 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증인채택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반증인 없이)참고인 위주로 국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민주당이 국감장에 나서서 증언하겠다는 공익제보자의 입까지 틀어막으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정(國政)을 감독한다는 국정감사 취지와는 큰 연관이 없는 기업인들은 증인으로 줄줄이 채택되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25일 서보신 현대차 사장, 조운호 하이트진로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대기업 임원급 13명을 국감장에 부르기로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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