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청와대, 피격 전 오고간 친서 공개…남북대화 복원용 포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정은 빠른 사과에 고무된 듯

북에 군사통신선 복구도 제안

김현종·이도훈 1주 간격 미국행

조건없는 종전선언 정지작업설

중앙일보

27일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초소. 북한은 이날 남측이 사망 공무원 시신 수색 과정에서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5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두 차례 했다. 오후 2시 첫 브리핑에서는 북한 통일전선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사살 사건과 관련해 보내온 통지문의 내용을 소개했고, 오후 4시 두 번째 브리핑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공개했다. “북측 통지문 공개 이후 남북 정상 간의 친서 교환 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졌다”는 이유다.

하지만 해당 친서들은 이씨 사살 사건이 발생하기 전 교환한 것으로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 또 북한의 만행에 국내 여론도 악화한 터였다. 그런데도 친서를 공개한 배경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예상외로 빠른 사과에 고무된 청와대가 남북 최고위급 간 소통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을 오히려 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7일 청와대는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북한에 공동조사를 요청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군사통신선 복구도 제안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남북 간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면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반 문제를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신속히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는 등 당·정·청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일보

이도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엔 미국 대선(11월 3일) 전 평화 이벤트가 극적으로 성사될 수 있다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방미(16~20일)-문 대통령의 ‘조건 없는 종전선언’ 유엔 연설(15일 녹화, 18일 유엔 송부, 23일 방영)-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방미(27~30일) 등으로 이어지는 빼곡한 일정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김 차장의 방미는 문 대통령의 유엔 화상 연설 스케줄에 맞춰 이뤄졌다”며 “북한을 향한 동북아 방역협력체 구성 및 비핵화 조건이 빠진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미측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실제 불과 1주일 간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면담 상대는 상당수 중복된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NSC 부보좌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등 미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 관련 인사들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차관급과 차관보급이 연이어 움직이는 건 그만큼 대미 설득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도 정부가 기대하는 이벤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간 고위급 협상에서 사실상 수석대표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의 방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때 한·미가 한목소리로 조건 없는 종전선언을 선물로 내밀며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측면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청와대와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과를 계기로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대화를 복원하길 원하겠지만, 북한은 미 대선 이후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도 당장 비핵화 없는 무조건 종전선언 카드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효식·강태화·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