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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직장인 10명 중 4명 ‘연차의 자유’ 없었다…“코로나19 예방 위해서라도 연차·유급병가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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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 간 설문조사한 결과 작성한 ‘직장인 연차휴가 사용실태 보고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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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연차를 원하는 날 사용해본 기억이 많지 않다. 매달 진행하는 연차 신청에서 회사가 하루 연차 신청 인원을 한 명으로 제한해놨기 때문이다. 원하는 날에 연차를 내려면 경쟁자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야 했다. 그렇게 이겨도, 회사의 요구가 있으면 출근해야 했다. A씨에 따르면 회사는 ‘나오지 않을 경우 업무상 결근으로 처리해 페널티를 주겠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들을 상대로 취합한 사례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연차·유급휴가 등 사용 실태를 설문조사했다. “회사에서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3.1%가 ‘전혀 그렇지 않다’, 26.8%가 ‘그렇지 않은 편이다’라고 답했다. 10명 중 4명(39.9%)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아플 때도 연차를 내기 어려운 직장 환경은 코로나19 등 감염에 취약하다고 직장인들은 느꼈다.

일터의 약자일수록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고용형태, 직종, 노조 유무, 월소득, 회사 규모가 연차 사용 경험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비정규직(50.0%)이 정규직(33.2%)에 비해 1.5배, 프리랜서·특수고용(53.3%)은 정규직에 비해 1.6배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서비스직(48.5%)은 사무직(32.0%)보다,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인(45.2%)은 노동조합이 있는 직장의 직장인(19.6%)보다, 월 150만원 미만 소득자(52.4%)는 월 500만원 이상 소득자(20.9%)보다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민간 5인 이상~30인 미만 작업장 근로자(49.8%)도 민간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25.3%)보다 연차를 잘 내지 못했다. 민간 5인 미만인 사업장은 현행 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응답자의 10명 중 6명(62.0%)은 직장에 유급병가 제도가 없다고 답했다. 비정규직(77.5%)은 정규직(51.7%)에 비해 1.5배, 프리랜서·특수고용(85.5%)은 정규직 대비 1.7배, 서비스직(73.7%)은 사무직(55.0%)보다 1.3배 유급병가를 사용하지 못했다. 일터의 약자는 몸이 아파도 연차, 유급병가 모두 사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파도 쉴 수 없는 직장 사정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직장인들은 봤다.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직장 분위기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43.6%로 나타났다. 정부의 코로나 생활방역 행동수칙이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이지만, 휴일이 무급(월급 차감)일 경우엔 절반(53.6%)만이 ‘집에서 쉰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3.9%는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윤희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날 “질병관리청에서 방역 방법의 일환으로 노동자들의 ‘아프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보냈다. 조 노무사는 “질병관리청은 브리핑에서 거의 매년 감염병이 등장·재출현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노동자들이 유급 휴가·병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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