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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9·11의 배후를 파헤치는 여성 조사관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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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블리딩 엣지
토머스 핀천 지음·박인찬 옮김
창비 | 696쪽 | 2만원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작가 토머스 핀천은 뛰어난 문학성과 함께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난해한 소설로도 유명하다. 2013년 출간된 그의 최근작이자 국내 초역된 <블리딩 엣지>는 작가 특유의 광범위한 지식을 솜씨 좋게 펼쳐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작과는 달리 높은 가독성으로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꾼 2001년 9·11테러 전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뉴욕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사기조사관으로 일하는 주인공 맥신 터노는 어느 날 의뢰를 받아 수상한 컴퓨터 보안회사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회사가 중동으로 비밀리에 막대한 자금을 송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핀천은 2001년 봄부터 이듬해 봄 초입까지, 이른바 ‘닷컴 버블’로 호황을 누렸던 IT 기업들의 잇따른 붕괴와 테러로 인한 세계무역센터 붕괴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9·11테러의 ‘배후’를 파헤쳐 가는 주인공 터노의 활약을 그린다. 그리고 이런 예기치 못한 대재난이 뉴욕의 길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마음속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주목한다. 아랍계 이민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검문과 연행, 다양한 인종 사이에 깊어진 갈등,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온갖 권모술수가 오가는 공간으로 전락한 ‘그라운드 제로’의 모습 등을 그린다.

‘최첨단’이란 뜻의 소설 제목 ‘블리딩 엣지(Bleeding Edge)’는 안정성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신 기술을 수식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은 작가가 그간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인 첨단 과학기술에 관한 것이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과학기술이 바꿔 놓을 세계, 그 가능성과 위험을 서늘하게 그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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