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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집에서 달달한 술 한 잔 어때요?” 도수 낮추는 주류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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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코로나 ‘집콕’에… 가볍게 즐기는 저도주 인기

조선비즈

/독자 제공



직장인 최모(29)씨는 요즘 일과를 마치고 하이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예전엔 퇴근 후 친구들과 술 한 잔을 즐겼으나, 코로나 사태로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답답한 마음에 직접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얼음잔에 위스키와 토닉워터를 1대4 비율로 따른 뒤 레몬 슬라이스를 추가하는 식이다. 최씨는 "집에서는 독한 술 대신 도수 낮은 술을 마시게 된다"며 "바쁠 때는 편의점에서 달달한 맥주를 구매한다"고 했다.

코로나로 홈술족(族)이 늘며 주류 업계가 도수를 낮추고 있다. 만취할 때까지 마시기보다 집에서 혼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달달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10~23일 소주(14.9%), 맥주(5.6%), 양주(18.1%), 와인(22.6%), 전통주(10.9%) 매출이 모두 전월 대비 늘었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이들이 편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류 소비자 300명 중 65.7%는 코로나 확산 이후 술 마시는 장소가 바뀌었고 이 중 87.3%는 집에서 마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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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든 그린 그레이프. /오비맥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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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000080)는 최근 매화수 도수를 14도에서 12도에서 낮췄다. 매실을 저온 숙성하고 냉동 여과시켜 부드럽고 상큼한 맛을 냈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 술이 약한 이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주를 즐기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리뉴얼했다"고 했다.

오비맥주가 유통하는 호가든은 도수를 1.4도 낮춘 3.5도짜리 호가든 그린 그레이프를 출시했다. 호가든 본연의 밀맥주 맛에 청포도 특유의 상큼함과 달콤함을 더했다. 타이거맥주도 천연 자몽 과즙을 넣은 2도짜리 타이거 라들러 자몽을 선보였는데, 라들러는 라거 맥주에 과즙을 섞은 술로 도수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40도 이상이 불문율로 여겨지던 위스키도 도수를 낮추는 추세다.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32.5도짜리 더블19(W19)와 스코틀랜드산(産) 꿀로 단맛을 더한 더블유허니(W Honey)를 출시했다.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 규약에 따라 유럽연합(EU)에서 40도 미만 술은 위스키로 분류되지 않지만, 한국 시장을 겨냥해 도수 낮은 위스키를 선보였다고 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도수는 낮추고 블렌딩·풍미를 극대화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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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코리아가 출시한 저도주 위스키 W허니와 W19.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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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그대로 마시기보다 탄산수에 타 먹는 이들이 늘며 토닉워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토닉워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롯데칠성(005300)은 지난 7월 무설탕, 대용량, 고탄산 토닉워터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독주에 탄산수, 토닉워터 등을 타면 도수가 내려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며 "코로나 집콕으로 당분간 저도주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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