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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양생물 다양성 유지는 선택 아닌 ‘필수’…“국민들도 관심 갖고 보호활동 적극 지지를” [지켜야 할 우리의 바다생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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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 보전 위해 할 일

[경향신문]

경향신문

해양보호생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갯게. 갯게는 서남해 및 제주도 연안에서 서식한다. 해양환경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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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무산에도 도로 개설은 강행…흰발농게 2만여 마리 서식지 이주
개발 최우선 과거엔 상상 못할 일, 보호생물 지정제에 ‘등급제’ 도입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출입이 통제된 인도의 한 해변에 바다거북 80만마리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멀어지자, 바다거북들이 자신의 습성대로 태어났던 곳을 산란처 삼아 알을 낳으러 온 것이다. 인간의 행동반경이 커지면서 그간 얼마나 많은 해양생물들이 밀려났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일화다.

전북 군산시 옥도의 선유도에서는 지난여름 ‘흰발농게’ 2만여마리가 인근 서식지로 이주했다. 도로개설 사업 때문이었다. 흰발농게는 해양보호생물(해양수산부)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환경부)으로 지정돼있는 생물이라, 이 일대에 원래 예정됐던 대규모 개발사업은 무산됐지만 도로 공사만은 강행됐다. 새로 아스팔트가 깔리는 구간에 살고 있던 흰발농게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사정은 나아진 편이다. 해양환경공단 관계자는 “바닷게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해양생물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

3면이 바다인 데다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최고의 갯벌이 펼쳐져 있는 한국은 무려 1만3356종의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다. 하지만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연안 개발과 매립이 이어지고 해양오염이 진행되면서 상당수 해양생물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생물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고유종이나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등 모두 80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놓고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종은 허가 없이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할 수 없다.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나 산란지로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개발행위에 대한 제한이 가해진다. 말하자면 해양보호생물 지정 제도는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 속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해양생물을 지키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필수가 된 해양생물 다양성 유지

해수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해양생물 보전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선 해양보호생물 지정제도에 등급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해양보호생물 제도에는 멸종위기 정도 등의 기준에 의한 등급 구분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한 해양보호생물의 지정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해제할 것인가를 평가하는 제도도 만들기로 했다. 종 복원 사업 등을 추진할 때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와 공단은 해양보호생물 서식지 회복사업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조성, 독도의 갯녹음 저감 등 일부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를 회복시키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앞으로는 훼손된 해양보호생물 서식지와 종별 생태적 특징 등을 조사한 뒤 서식지 회복사업을 보다 폭넓게 진행하기로 했다. 해양환경공단 관계자는 “해양보호생물은 도서는 물론 연안의 갯벌이나 담수가 유입되는 곳 등 다양한 공간에서 서식한다”면서 “해안도로 건설로 더 이상 생존이 어렵게 된 바닷게를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해양생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국민들도 해양보호생물에 관심을 갖고 보호활동을 적극 지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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