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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靑 '반인륜적 만행' 분노 쏟아냈지만…'사건' 넘어 판흔들까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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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충격적 사건, 용납 안돼, 국민 분노할 일"…정부도 "만행""천인공노할 일"

"9·19 합의 위반은 아니다" 신중…남북관계 악영향 최소화 의도 분석

뉴스1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뒤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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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 청와대는 24일 북한군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업지도원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에 태운 데 대해 매우 강력한 수위의 표현들을 동원해 북측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 및 사과를 요구했다.

당국이 추정하고 있는 '월북 시도' 등을 별개로 하더라도 북한군의 이후 행동들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정도로 끔찍하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을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남북관계와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부터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회의를 개최한 뒤 NSC 차원의 입장문을 내고 북한군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NSC는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반인류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런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서 안보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 회의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은 뒤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23일) 대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는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이 이런 만행을 저질렀고 거기에 대한 규탄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언론 보도 후 뒤늦게 공개한 데 대한 지적을 받고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북한 당국에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 등을 요구한 만큼 이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에 대한 우리측의 맞대응 조치가 언급되지도 않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사건'이긴 하지만, 정치군사적 의도를 내포한 '도발'로 간주하지는 않으려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NSC의 요구에 합당한 대응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북한에 분명히 요구를 했고, 요구에 대한 답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또 추가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판단은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의 대화·협력 기조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겠지만, 남북관계라는 큰 틀에 미칠 부정적 영황은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대화·협력 기조의 큰 흐름은 변화가 없느냐'는 물음에 "변화가 없다기보다는 NSC 성명이 있었지만 북측에서 이번 사고에 상응하는 답변을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책임자 처벌과 사과까지 요구했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사태를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주석 1차장은 "본 사안은 9·19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의 위반은 아니다"면서 다만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다. 그래서 오늘, 북한의 행위에 대해 정부 성명으로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고위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해상 완충구역에서의 해상군사훈련과 중화기에 대한 사격 등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이어서 그런 부분 하나하나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남북간 적대행위라든지 앞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장애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입장은 이번 사태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반드시 북한의 답변을 듣겠다는 것이지만,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벽 1시26분부터 사전 녹화한 영상으로 했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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