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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글로벌 이슈 plus] "맨해튼이 강남보다 싸"…매수세 살아나는 뉴욕부동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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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기 도는 美부동산시장 ◆

매일경제

23일(현지시간)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 모습. 뉴욕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소 안정을 찾으며 경제활동이 증가하자 부동산 시장에도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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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동쪽 로어이스트사이드(Lower East Side)에 있는 '원 맨해튼 스퀘어'.

지난해 완공된 80층짜리 고급 콘도(개별 소유권 등록이 가능한 아파트)인 이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 '아마존 프레시' 식품 배달이 줄을 잇고 있었다. 아직 입주가 진행 중인 신축 건물로 지난 6개월간 썰렁했던 건물에 다시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이 건물은 815가구로 이뤄진 대형 콘도다. 2베드룸 가격이 220만~260만달러(약 26억~30억원)에 이른다. 매일경제가 이 콘도 계약 리스트(공시 계약만 집계)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 월별로 10~20건씩 이뤄지던 분양(계약 완료일 기준)이 올 3~8월에는 8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분양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9월 초에는 확인된 완료 계약만 2건이 있었다. 지난해 입주 때부터 계약자를 살펴보니 법인 계약분을 제외한 개인 계약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계이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약자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세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고 최근 들어 매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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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고급 주거지인 어퍼이스트 지역에 있는 '더 투레인' 콘도. 7년 전 입주를 시작했고 관리가 잘된 신축 건물에 속한다. 지난 2월 320만달러(약 38억원)에 시장에 나왔던 2베드룸 콘도(1400스퀘어피트, 약 39.34평·130㎡)가 최근 280만달러(약 33억원)에 팔렸다. 매도인 최초 희망 가격보다 12.5% 낮은 선에서 거래된 것이다. 3.3㎡당 가격이 약 8400만원으로 서울 강남 최고가 아파트보다 낮아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된서리를 맞았던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하락세가 진정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시티리얼티에 따르면 맨해튼 지역 콘도의 1스퀘어피트(0.028평)당 매매가는 올 1분기 1687달러에서 2분기 1640달러로 하락했고, 3분기에는 184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거래량은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지만 고급 매물이 서서히 소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뉴욕 일대 최대 부동산 중개·감정 업체인 더글러스 엘리먼의 토니 여 중개사는 "거래를 주선한 매물을 분석해보니 9월 1~3주 동안 맨해튼 부동산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며 "200만달러 이하 매물은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00만~199만달러 콘도 계약은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8.9%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낙폭을 서서히 줄이고 있는 셈이다. 맨해튼에 인접한 브루클린 지역은 오히려 회복세가 더 빠르다.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출근해 다른 사람과 접촉 없이 사무실 용도로 쓸 수 있는 1인용 스튜디오는 일찍부터 바닥을 다져왔다.

콧대 높던 뉴욕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됐지만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를 오히려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계 개인투자자들이 맨해튼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욕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맨해튼 지역은 언젠가는 시세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투자 목적 등 다양한 동기로 부동산을 매수하겠다는 의뢰가 꽤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권 등 미국에 거주 기반이 없는 순수 한국인 투자자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해튼을 마주 보고 있는 뉴저지주 부동산은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낮기 때문에 한국인 투자 수요가 더 활발하다. 뉴저지 최대 부동산 데이터 업체인 NJMLS에 따르면 지난 6월 주택 평균 매매가는 44만달러(약 5억2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 올랐다. 매물 평균 등록가격은 64만5944달러(약 7억6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높아졌다. 이곳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맨해튼에서 이주해 온 수요가 급증하며 매도자 우위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특히 맨해튼과 인접한 뉴저지주 버건 카운티는 원래부터 한국인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이다. 60만~80만달러 매물은 공급이 달릴 정도로 수요가 많으며, 한국인이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저지주 한 중개인은 "공립학교 학군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자녀 교육 목적으로 매수하는 한국인이 꽤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는 물론 맨해튼 지역까지 강남보다 싼 매물이 많아지자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를 때는 집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 거래가 부진했지만 거래가 조금씩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현지에 와서 실사를 할 수 없는 한국인 투자자들은 현지 중개인을 통해 영상으로 매물을 확인하고 계약하는 사례도 있다.

뉴욕 부동산 시장은 미국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나 다름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동주택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두드러지며 뉴욕 부동산 시장은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뉴욕 지역 확진자가 다소 안정되며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낙관론이 팽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확산되는 2차 파동이 오면 경기회복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금 연체에 대해 연말까지 유예가 된 사례가 많아 내년에는 압류된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물경제 악화로 세수 결손이 커지면서 부유세 등이 신설되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뉴욕주는 연방정부에서 추가 지원이 없으면 2020~2021회계연도에 130억달러 이상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현지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회복 정도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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