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경찰 총격 8발 맞고 사망한 테일러 사건
남자친구가 먼저 총 쏴, 대배심 "경찰 정당 방위"
흑인 주법무장관, 울먹이며 "흑인 고통 이해"
반발 시위 격화 조짐, "악어의 눈물" 비판도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테일러 사건' 연루 경찰들에 대한 대배심 평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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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 총탄에 숨진 미국 흑인 여성의 사망에 연루된 경찰관 3명에 대해 미국 켄터키주 대배심이 정당방위로 판단해 죄를 묻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다. 켄터키주 루이빌에 거주하던 26세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는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들이닥친 경찰에게 8발의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마약 수색 과정에서 테일러의 집안에 들이닥쳤는데, 테일러의 남자친구가 경찰을 괴한으로 오인해 총을 발사하면서 경찰이 대응 사격을 했다. 집에서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후 재판이 진행됐고 대니얼 캐머런 캔터키주 법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테일러 사건 연루 경찰들의 대응에 대한 대배심 평결 결과를 발표했다. 배심원들은 경찰들의 발포는 정당방위였으며 죄를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캐머런 장관은 "테일러 남자친구의 총격에 경관이 허벅지를 다치면서 경찰이 대응한 것"이라며 평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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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캐머런 "나도 흑인이지만 경찰 정당방위"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테일러 사건' 연루 경찰들에 대한 대배심 평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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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인 캐머런 장관은 이날 결과를 발표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 역시 흑인"이라고 강조하며 "이 사건이 (흑인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밝히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일러의 사망으로 제 마음도 아프다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만약 제 어머니도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이라고 하다 잠시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췄다. 이어 "매우 힘들 것이다. 나는 팔머(테일러의 어머니)의 얼굴에서 그 고통을 봤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법에 따라 무기를 사용했다, 단순히 감정이나 분노에 따라 행동하면 정의는 없다"고 흑인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집안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8발의 총을 맞고 사망한 브레오나 테일러의 어머니 타미카 팔머가 울먹이며 시위대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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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켄터키주에서는 평결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루이빌 시내에선 수백명의 시위자가 거리를 행진했고 오후 9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오늘의 평결은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고 정의에 가깝지도 않다"며 "사법체계는 썩었다"고 비판했다. 테일러의 변호인 벤 크럼프 변호사는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캐머런 장관의 발표와 관련, 비영리단체 '사회문제와 봉사활동을 위한 루이지애나주 예산 프로젝트'의 다반테 루이스는 "내가 보기에 그의 발언은 악어의 눈물"이라며 "이 나라가 세워진 날부터 흑인들이 겪어온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된 지난 6월 백악관 원탁회의에서 대니얼 캐머런 캔터키주 법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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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의 캐머런 장관은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지난해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랑스러운 공화당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대법관 후보 목록에 포함시켰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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