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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어렵게 살린 종전선언 카드…평화시계 재가동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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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유엔 무대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 동북아 평화의 시작" 제안

靑 "대통령으로서 평화위해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 한 것"

현실성 낮은 공허한 카드란 평가도…당사자인 북미 관심 無

종전선언 실효적 카드인지 의문 제기도…美대선 지켜봐야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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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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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로 '종전선언'을 언급했지만, 현실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시간으로 23일 오전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 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이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듭 제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 절반 이상 대부분의 분량은 사실 다자주의 국제 협력의 증진을 외쳤다.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부분은 마지막에 일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대목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접적으로라도 북한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북미 협상에서 종전 선언은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해왔다.

종전선언은 법적 효력을 갖지 않아 대북제재와도 관련이 없지만, 바로 그점 때문에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어 주목돼 왔다. 비핵화의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북한에 안전을 담보해주는 초기 조치의 상징적 의미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미 간 신뢰 형성과 단계적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고 거듭 미국을 설득해왔다. 교착상태의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종전선언으로 마련하고, 이후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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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오른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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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전선언이 북한에 신뢰 메시지를 주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재가동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번 연설문은 청와대 서훈 안보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려보자는 전략적 차원의 판단이 있었단 얘기다. 또 그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의지, 신념의 표현"라며 "교착국면을 뚫기 위해, 멈춘 평화 시계를 분침, 초침이라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대통령께서는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갈린다. 우선 문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의 종전선언 제안이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북미 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인데다, 미 대선과 코로나 위기라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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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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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할 만큼 11월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는 북한 문제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기에는 위험성도 크다.

북한 또한 수해와 코로나 방역, 내년 1월 당 제8차 대회 등 내치에만 집중하고 있어, 당장 반응이 있기도 어렵다. 종전선언의 당사자는 한국이 아닌 미국과 북한이지만, 당사자들은 정작 관심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근본적으로 종전선언이 북한에게 실질적 카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북미 협상의 뒷 얘기를 담은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폴 회담 직후인 2018년 7월 친서에서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빠진 데 유감스럽다"고 한 뒤 더는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북미 실무 회의에서도 북한은 적대정책 철회의 조건을 종전선언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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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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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의 허들을 높여놨다"며 "스톡홀롬 실무 회의에서 발전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면서 적대시 정책 철회의 요구 조건으로 훨씬 높은 걸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종전선언이 아닌 대북제재 해제까지 요구하고 있어, 종전선언만으로는 북한을 설득할 충분한 카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 전문가들 또한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이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23일 세종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미국 대북정책의 미래' 화상회의에서 "종전을 선언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선 종전선언 전략이 북한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이번 대선에서 재선된다면,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사전 포석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북 문제에 보수적인 조 바이든이 된다면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미 정권 교체 이후 대북 라인이 갖춰지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화 정책의 시간이 멈춰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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