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개념 모호…목적을 가지고 남용될 수 있어"
"언론의 공적 책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도
가짜뉴스 (CG)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김주환 기자 =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든 기업에 적용토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조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입법예고안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이른바 '가짜뉴스'를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 입증된 손해액보다 더 큰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이 규정을 악용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남발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법무부가 28일 입법예고하겠다고 23일 밝힌 '상법 개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19개 법률에 산발적으로 들어가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넣어 일반화하는 내용이다.
입법예고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고의로 불법 행위를 저질러 중과실의 피해를 일으킨 모든 '상법상 상인', 즉 기업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계획을 밝히면서 설명자료에 "최근 범람하는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을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현실적인 책임추궁 절차나 억제책이 미비한 실정임"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가짜뉴스 또는 허위정보를 전파하는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오픈넷'에서 활동하는 손지원 변호사는 "언론사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업이나 공인의 비위 사실이나 의혹을 자유롭게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변호사는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유포하는 경우는 엄벌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도 명예훼손죄가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며 법무부가 밝힌 입법예고안에 과잉 입법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석부장판사 출신의 김정만 변호사는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법은 개념이 명확하고 다툼이 없어야 하는데 어떤 기사가 고의로 만든 가짜뉴스인지 개념을 정의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 개념이 모호하면 목적을 가지고 남용될 수 있고 결국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의 고의성, 또 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돼야 '중과실'로 볼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는 "언론사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소송에 대한 우려로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정도의 큰일을 도입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성순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언론사와 피해자 간 분쟁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악의적인 보도의 범위가 매우 좁을 것"이라며 "상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언론의 자유 침해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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