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강경 대응 기조는 고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2일 열린 유엔총회에서 온라인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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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간 힘의 논리가 아닌 국제법에 기반해야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말로는 법적 해법을 역설했지만 영유권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을 비판하는 기류가 좀 더 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타협할 여지가 없는 국제법 영역에 있는 이슈”라며 “이미 나온 법률적 판결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정부가 폄하할 수 없는 법의 존엄성이 있는 한 필리핀의 주장에 동의하는 국가들의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의 9개 선(구단선)을 그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영유권 분쟁 해결의 출발선이라는 얘기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 갈등에 이용돼선 안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두테르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안정과 신뢰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코끼리들이 싸울 때 납작하게 짓밟히는 것은 풀”이라며 “남중국해 당사자들이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적어도 서로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고 호소했다.
국제사회에서 비판 받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선 강경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두테르테는 “많은 단체들이 인권을 무기화해 필리핀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한다”며 “필리핀 정부는 마약 범죄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이 2016년 6월부터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을 ‘학살’이라고 비난한 것을 정면 반박한 발언이다. 인권단체들은 마약범죄 척결을 빌미 삼아 필리핀 경찰의 초법적 단속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가 지금까지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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