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빈곤율 OECD 중 가장 높아
여성·청년·노년층 일자리로 풀어야
中企 생산성 향상 지원도 필요
정년제도 없앨 땐 청년 고용률 영향
북유럽 모델 바탕 사회적 대화 필요
지난 22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2020’에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크리스토프 앙드레 OECD 한국경제 담당관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기업들에 필요한 것’이란 주제로 프랑스 파리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크리스토프 앙드레 OECD 한국경제 담당관은 지난 22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0’에서 “한국은 코로나19에 훌륭하게 대처해 다른 나라에 비해 경기침체가 심하지 않았다”며 후한 점수를 매겼지만 잠재된 위기 요인으로 급속한 고령화를 꼽았다. 대담에 나선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노년층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문제 의식에 공감했다. 앙드레 담당관은 고령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여성, 청년, 노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년층 일자리 확충이 청년층 구직난 심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성 교수의 지적에는 사회적 대화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하 성 교수)=올해 한국의 경기침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앙드레 OECD 한국 담당관(이하 앙드레 담당관)=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해 훌륭한 대처를 했다. 한국에서는 록다운(이동 제한) 없이도 방역을 잘했다. 경제적 충격도 완화됐고, 통화 정책, 재정 정책을 적극 활용한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했다.
-성 교수=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한국 경제회복세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드레 담당관=동의한다. 수출은 굉장히 예측하기 어렵다. 반도체에서는 수출이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 피해를 본 화학이나 자동차 등은 불확실성이 크다.
-성 교수=감염병 상황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앙드레 담당관=한국 경제에서는 수출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올해 코로나19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회복됐다. 원래 어느 정도 하락이 예상됐는데 오히려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다.
-성 교수=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굉장히 큰 피해를 봤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까.
▶앙드레 담당관=물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어느 국가나 고통을 겪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과 한국은 차이가 있다. 유럽은 사회안전망이 강해서 실업보험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법으로 보호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많다.
-성 교수=미국 중앙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현금지원을 상당히 많이했다. 유럽국가들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나.
▶앙드레 담당관=큰 차이가 있다. 유럽에는 이미 안전장치가 내재화되어 있다.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수당과 여러 다양한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게된다. 미국은 사회안전망이 유럽에 비해 약하지만 위기 발생했을때 예외적인 조치(현금지원 등)로 사람들을 보호한다.
-성 교수=내재화된 안전장치에 대해 논쟁이 많다. 제도를 잘못 만든다면 정부 채무가 늘어나거나 재정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는 것이다.
▶앙드레 담당관=그런 지적에 동의한다. 유럽에서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제도가 근로 요인을 떨어드리고, 재정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원을 잘 해야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스웨덴은 굉장히 포괄적인 사회안전망과 좋은 노동 정책이 있어서 고용률이 높다. 시스템이 잘 고안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계속 일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성 교수=현재 한국 정부도 코로나19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부양과 함께 지속가능한 재정상태를 유지해야 할 텐데 조언을 한다면.
▶앙드레 담당관=호주의 재정정책을 보면 엄격하지 않다. 정부가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한다. 한국 정부는 어떤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세금을 올리거나 세금을 올리지 않고 공공지출을 줄이는 등의 선택사항이 있을 것이다. 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은 부가가치세를 높이면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성 교수=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앙드레 담당관=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인구 고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와 여성의 노동참여가 중요하다. 한국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다. 많은 여성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노년층도 더 좋은 일자리를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시대에 대비하면서 고용률을 높이는게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생산성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도록 지원하는게 필요하다. 인구 문제는 생산성에도 연관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주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성 교수=한국은 노인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노인 빈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앙드레 담당관=유럽에서 비슷한 문제 겪고 있는 나라를 보면 (노인에 대한) 자금지원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품질을 개선하는게 관건이다. 강제로 50대에 은퇴하고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성 교수=중요한 지적이지만 반론도 있다. 한국의 임금제도는 여전히 연령기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제도를 없앤다면 청년 고용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앙드레 담당관=고용주와 노동자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북유럽 국가의 모델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 근로자들이 임금을 낮춰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정년에 밀려) 비정규직이 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숙련된 노동자를 유지하는게 도움된다. 이는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조와 고용주가 함께 해결책을 찾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 교수=한국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시도하면서 디지털화를 빠르게 진행하려 한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디지털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앙드레 담당관=과거 한국에서는 기업이 ‘생존을 하도록 도와준’ 지원이 많았다. 이런 회사들이 디지털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적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혁신을 위한 바우처 지급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공급돼야 한다.
도현정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