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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의 3배" 국회의원 확 줄인 이탈리아, 37년간 7번 실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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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임소연 기자] [(종합)인구당 국회의원 수 한국의 3배… 정치판 변화 국민 요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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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함에 표를 넣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이탈리아 7개주(州)에서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상·하원의 의원 수 감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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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회의원(상·하원) 수가 결국 3분의 1 넘게 줄어들게 됐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에 따르면 20∼2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이틀간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 찬성 69.6%로 의원 수 감축 내용의 개헌안이 통과했다.(개표 99.6%)

'의원 정수 감축과 관련한 이탈리아 헌법 제56조, 제57조, 제59조의 개정을 찬성하는가'라는 질의로 구성된 이번 국민투표에는 약 2600만명의 유권자(53.8%)가 참여했다. 코로나19 사태 중임을 고려하면 낮지 않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조정된다. 줄어드는 의석 수 비율은 각 36%다.


오성운동 "정치 엘리트주의 타파하고 효율성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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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상원 모습/사진=AFP


의원 수 감축 법안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혁신하겠다며 2018년 총선 전부터 공약했던 사안이다. 오성운동은 정치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해당 법안은 작년 10월 압도적인 지지로 상·하원을 통과했었다.

법안에는 연정 주체인 오성운동-민주당은 물론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IV), 극우 쌍두마차인 동맹 및 이탈리아형제들(FdI), 그리고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 이탈리아(FI) 등 주요 정당들이 일찌감치 찬성 의사를 밝혔었다. 오성운동은 지난해 8월 중도 좌파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했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일부 현직 의원들이 의원 수 감축은 헌법 개정 사안이라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해 결국 투표가 시행됐다.


10만명당 의원수 1.56명…한국의 3배

이탈리아 국민 10만명 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에 비해서는 무려 3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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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수치가 1.0으로 떨어져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 유로(6889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의회 규모 축소로 효율성은 높아지고 부정부패는 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경제학자들도 이보단 적지만 3억유로(약 4118억원)정도의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7년만에 성공…국민들의 변화 요구 높아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해왔다.

최근 사례는 2016년 마테오 렌치 내각 때다.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이 상원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사실상의 단원제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59%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상원을 무력하게 만들고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렌치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각료들이 총사퇴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겪었다.

이번에 의원수 감축에 성공한 것은 기성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변화 요구가 거셌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이탈리아 일부 의원은 시스템 허점을 악용해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19 국가지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향후 의회에서는 줄어든 의원 수에 맞춰 선거구 조정 등의 후속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당 및 개별 의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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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사진=이탈리아 외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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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높아질 것" vs "대의민주주의 훼손"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현지에서는 더 광범위한 정치 개혁을 위한 초석을 놨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4∼5개 거대 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에서 녹색당 등 소수 정당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 수 감축이 대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의원 1인이 대표하는 국민 수가 많아질수록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기회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또 의원 수가 적어지면서 로비스트의 영향력이 더 커져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탈리아는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하원의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입법 절차로 법안이 수년간 의회에 계류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고 의회 마비 현상도 잦은 편이다.

황시영 기자 apple1@,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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