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친누나 화협옹주의 무덤에서 출토된 화장품을 연구·분석하여 현대적으로 제작한 청화백자 화장품 용기 및 화장품. |국립문화재연구소·국립고궁박물관· 코스맥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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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경기 남양주 삼패동에서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인 화협옹주(1733∼1752) 무덤이 발굴됐다. 화협옹주는 20살의 젊은 나이에 홍역으로 사망했다. 사도세자는 화협옹주가 죽자 “이 누이에 대해 각별히 고념(顧念)하는 정이 있는데, 이제 갑자기 죽었으니 이 슬픔을 어디에다 비기겠느냐”고 슬퍼했다(<정조실록>). 무덤에서는 영조가 직접 지은 글을 새긴 지석(誌石)과 함께 화장품이 발굴됐다.
돌 함 안에서는 화장품 추정 물질이 남은 청화백자합 약 10점과 분채(도자기에 칠한 연한 빛깔의 무늬) 백자, 목제합, 청동거울과 거울집, 목제 빗 등이 나왔다. 이중 화협옹주가 발랐을 화장품이 눈길을 끌었다.
청화백자합 등 도자기 9건과 목합 3건 등 12건의 화장품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우선 원통형 청화백자합에 담겨있던 백색과 적색가루에서 인체에 유해한 탄산납과 수은 성분을 확인했다.
화협옹주의 캐릭터 상품. 이번에 ‘맑고 침착하고 효성이 깊은’ 화협옹주를 상상으로 구현한 캐릭터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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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청화백자합 속 백색 분말은 탄산납과 활석을 1:1 비율로 혼합해 제작한 것이며, 분채 자기에 있던 적색 분말에는 진사(辰砂)를 구성하는 수은과 황이 함유됐다는 것이다. 탄산납은 2200년 전 진시황(재위 기원전 246~210) 시대부터 불로불사의 약이자 피부를 팽팽하고 하얗게 만드는 화장품으로 여겨졌다.
피부에 잘 흡수돼 혈액의 공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여 피부를 창백하고 탱탱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창백한 미인’을 만드는데 제격이라는 것이다. 수은의 경우 얼굴을 발그스름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기에 화장품으로 사랑받았다.
화협옹주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화장용기와 용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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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70여 년 전 요절한 화협옹주가 발랐을 화장품이 현대의 기술로 재현됐다. 이름하여 ‘프린세스 화협’(Princess Hwahyup) 화장품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2일 한국전통문화대, 코스맥스(주) 등과 함께 화협옹주 출토유물 연구를 기반으로 제작한 현대식 화장품을 공개했다. 세 기관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프린세스 화협’은 올해 연말 출시된다. 이날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세 기관은 화협옹주묘 출토화장품의 분석연구 결과를 반영해 현대적으로 제작한 크림제품과 입술보호제 등의 화장품을 공개했다.
또 화협옹주의 화장품이 담겨있던 청화백자를 실용화해 제작한 화장품 용기와 화협옹주 캐릭터도 함께 선보였다. 화협옹주묘 출토 화장품 유물 53건 93점을 보존처리·분석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화협옹주묘 화장품에서는 특히 갈색고체 크림류(밀랍성분), 적색가루(황화수은), 백색가루(탄산납과 활석), 액체류(개미 확인) 등이 출토된 바 있다.
화협옹주 무덤에서 출토된 지석. 화협옹주의 무덤임을 밝히고 있다. |
정용재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탄산납과 수은 등 독성물질을 빼고 유물분석과 문헌조사를 통해 확인된 전통재료 성분을 사용했다”면서 “인체 적용실험을 거쳐 제작한 백색크림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재탄생한 제품은 파운데이션과 입술보호제 등이다. 과거 ‘창백한 미인’을 만들어준 탄산납은 인체에 무해한 점착제로, 발그스레한 색조를 풍기는 수은은 체질안료와 천연색료로 각각 대체했다.
세 기관은 또 화협옹주묘에서 출토된 청화백자 화장품 용기 10점의 크기와 형태를 수정하고 문양을 단순화시켜 실용성 있게 현대식으로 제작한 화장품 용기를 제작했다. 또 기록으로만 남겨져 있던 ‘맑고 침착하고 효성이 깊은’ 화협옹주를 상상으로 구현한 캐릭터도 만들어서 공개했다.
석함 내부의 출토상황. 화장품 추정 물질이 남은 청화백자합 약 10점과 분채(도자기에 칠한 연한 빛깔의 무늬) 백자, 목제합, 청동거울과 거울집, 목제 빗 등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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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세 기관은 추가 연구를 통해 다양한 화장품과 화장품 관련 문화 콘텐츠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정용재 교수는 “올해말 출시될 ‘프린세스 화협’은 한국전통문화대 학교기업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면서 “출토문화재를 실제로 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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