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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회의원 너무 많아” 이탈리아 의원 300명 감축···국민투표 70%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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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20~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의원 수 감축 개헌안 국민투표 용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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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상·하원 국회의원 수를 36% 줄이는 개헌안이 20~21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다음 총선이 있는 2023년부터 현재 945명의 상·하원의원 수는 6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탈리아 연립정부 한축이자, 개헌을 주도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은 세비 등 비용이 절약되고 의사결정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수당 입지가 주는 등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는 ‘의원 정수 감축과 관련한 이탈리아 헌법 제56조, 제57조, 제59조의 개정을 찬성하는가’라는 질의로 구성된 국민투표에 약 26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했으며 찬성 69.6%, 반대 30.4%로 의원 수 감축 개헌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상·하원의 의원 수가 36%씩 줄게 됐다. 현 의회가 임기를 채운다는 가정 아래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조정된다. 최종 투표율은 53.8%로 집계됐다.

의원 수 감축은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축을 구성하는 포퓰리즘·반기성 정당인 ‘오성운동’이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혁신하겠다며 2018년 총선전 내놓은 공약이다. 이탈리아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 많다. 한국(0.58명)과 비교하면 3배에 육박한다. 오성운동은 발의안이 통과하면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약 6889억원)의 혈세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의원 수 감축을 담은 법안이 지난해 10월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상·하원을 통과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일부 현직 의원들이 의원 수 감축은 헌법 개정 사안으로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해 결국 국민투표로 넘어왔다.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현지 반응은 엇갈렸다. 더 광범위한 정치 개혁을 위한 초석을 놨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4∼5개 거대 정당 중심의 의회 구조에서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이 설 자리가 줄어 소수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의원 수가 적어지면 로비스트의 영향력이 더 커져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탈리아는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하원의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입법 절차로 법안이 수년간 의회에 계류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고 의회 마비 현상도 잦았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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