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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대한민국의 ‘대표 불공정’, 대통령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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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 19일 ‘청년의 날’ 기념사를 했다. 상당히 긴 분량이다. 글자 수로 3450 글자, 200자 원고용지로 32장 분량이다. 지난 1년 ‘조국 사태’와 ‘추미애 사태’를 겪으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2030 세대, 즉 ‘청년들’의 지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한 듯 무척 공을 들인 기념사 원고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통령 연설문 팀이 기념사 초안을 아무리 다듬고 또 다듬어도 그 속에는 문 대통령의 속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늘은 문 대통령 기념사에 담긴 ‘공정(公正)’의 문제를 깊게 파들어 가보겠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무려 37번이나 사용했다. “정부는 기회의 공정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 “공정경제” 등등 정말 ‘공정’으로 시작해서 ‘공정’으로 끝을 맺는 기념사였다. 고장 난 축음기도 아닐 텐데 정말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공정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청년의 날 기념사가 아니라 공정의 날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만큼 문 대통령도 요즘 청년들에겐 공정이란 가치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변될 공(公), 바를 정(正),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름, 이것이 사전적 의미일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공정이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렵게 생각할 것 하나도 없다고 본다. 공정이란 스포츠 경기에서 말하는 페어플레이를 뜻하는 것이라고 본다. 어떤 규칙이 됐든, 어떤 벌칙이 됐든, 나한테 적용되면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그 경기를 맡은 심판이 그것을 똑같이 적용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페어플레이, 공정이라는 것이다.

부산 의전원 입학과 장학금과 인턴십과 논문 제1저자 등등이 조국 전 법무장관 딸내미에게도 주어졌다면 우리 집 딸에게도 똑같이 주어지는 것,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에게 휴가명령서 없이, 그리고 전화 한 통만으로 무려 23일간에 걸친 연속 휴가가 가능했다면, 내 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 바로 페어플레이 공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 딸과 내 아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에게 제재가 가해져 원상복구 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 공정인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청년의 날 기념사는 공정 얘기를 꺼내면서 대뜸 편 가르기부터 시작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머리를 꺼내더니 이어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사회에 살았습니다.” “기득권은 부와 명예를 대물림(했습니다).” “정경유착은 반칙과 특권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독재권력은 이념과 지역으로 국민의 마음을 가르며 구조적인 불공정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죽 열거한 다음 문 대통령은 청년들을 추켜세운 뒤 자신의 정부를 자화자찬한다.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성세대가 특권과 반칙의 사회에 살았다”고 했다. 이 말은 은근하고 교묘한 어법으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과거 우리나라에 특권과 반칙이 있었다면, 지금은 전혀 없다는 뜻인가. 과거에 특권과 반칙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지금의 기성세대 탓이라고 본다는 것인가. 지금의 어버이 세대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만큼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인가. 문 대통령 자신과, 586 운동권 집권세력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기득권 기성세대가 돼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또 “기득권은 부와 명예를 대물림했다”고 했다.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말을 똑바로 해보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전·현직 법무장관 조·추 두 사람의 자식들만큼 부와 명예를 대물림한 청년들이 또 있다고 보는가.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는 청와대 사람들, 집권세력과 국회의원들, 이 사람들만 한 기득권이 어디 있으며, 그 자식들만큼 ‘금수저’를 대물림 받은 청년들이 어디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인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분노심을 자극할 발언이 아니라면 왜 ‘청년의 날’ 대통령의 입에서 ‘기득권의 대물림’에 관한 얘기가 나온단 말인가.

문 대통령은 이어서 “정경유착이 반칙과 특권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했고, “독재 권력이 구조적 불공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은 ‘정경유착’이란 말을 함으로써 혹시나 일부에 있을지 모르는 청년들의 반(反)기업 정서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 만에 하나 ‘정경유착’ 비슷한 것이 있었다면 지금도 볼 수 있듯이 정권이 기업을 발밑에 엎드리게 했을 뿐이지 그게 어떻게 유착이 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금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불공정에 대해 ‘독재 권력’ 탓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지금 2020년 우리나라 청년이 느끼는 불공정이 혹시 30년 전 권위주의 정권 탓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정말 그런가. 아니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당신들 정권 말고, 이명박·박근혜 정권만 독재 정권이었다는 뜻인가. 지금 그 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많은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권을 ‘유사(類似) 전체주의’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은 못 들어봤는가.

문 대통령은 이렇듯 편 가르기, 즉 기성세대 청년세대 세대 가르기, 빈부 가르기, 과거 현재 가르기를 한 다음, 오로지 문재인 정부만 공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좀 염치 없는 기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깝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드러내지 않는다. 행복은 자기 안에 있다. 공정도 마찬가지다. 공정은 자기 안에 있다. 공정은 대통령 자신 안에 있다. 우리가 진정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으면 대통령이 37번씩이나 공정을 외치지 않는다.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대통령이 공정하면 온 나라가 공정해진다.’ 댓글 하나 소개해드린다. 윤모씨가 쓴 댓글이다. “오직 한사람 만 몰라. 딱 한사람만 공정하면 다 해결 될 일인데.” /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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