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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석궁, 권총에 폭탄까지… 유튜브에 떠도는 불법무기정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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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불법무기 영상
방심위, 최근 5년 구글에 1000여건 시정요구
매년 반복되는 문제… "정부 조치만으로는 한계"
조명희 의원 "인명피해 직결…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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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글 측에 요청해 불법무기정보 영상을 차단하더라도 해당 영상만 차단될 뿐 같은 채널에서 또 다른 불법무기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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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 보이나요? 쫄지 마세요. 어려울 것 없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30분 분량의 ‘22구경 공기총 만드는 법’ 영상. 한 남성이 나와 공기총 제작 방법을 설명한다. 가스관과 가스밸브를 연결해 만든 총신과 방아쇠, 나무판을 깎아 만든 개머리와 덮개, 그리고 조준을 돕는 망원경까지. 어떻게 집에서 총기를 만들 수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어 물이 가득 찬 플라스틱병 3개를 연달아 놓은 다음 쇠구슬이 장전된 공기총을 발사. 한번에 3병 모두 관통하자 이 남성은 "위력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는 "살상 목적이 아닌 단순 장난감"이라며 "유튜브 정책에 따라 문제 없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불법무기류 정보 방치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요구는 총 1043건이다. 매년 200건 안팎의 시정요구가 내려지지만 불법무기 정보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심의 기관에서 일일이 잡아내 조치를 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플랫폼사의 엄격한 기준 설정과 적극적인 자정 노력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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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무기류 정보 시정요구 현황.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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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총기 및 폭탄 제조·판매 등의 정보 방치로 2016년 123건, 2017년 186건, 2018년 297건, 2019년 246건, 2020년 8월 기준 191건의 시정요구를 받았다. 국내 포털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5년 사이 각각 42건, 39건의 시정요구를 받았다. 방심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하거나 신고가 접수된 경우 해당 콘텐츠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조치를 내린다.

시정요구가 내려진 사례들을 보면 공기총뿐만 아니라 화약총인 ‘380ACP탄 피스톨(소형권총)’과 ‘카빈 석궁’, ‘블랙파우더(화약)’, ‘연막탄’, ‘터지는 탁구공’ 등 온갖 무기 제조 방법이 나와있다.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공유된 영상들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무기 제작 도면을 상세히 설명한 사이트, 권총 판매 홍보 트위터 등도 차단 대상이 됐다. 모두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 국내 법을 위반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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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한 불법무기류 정보 게시물. 왼쪽부터 트위터에 올라온 총기 판매 홍보물과 유튜브에 올라온 화약 제조법 영상, 한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총기 도면도.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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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한 남성이 소형권총 제조 방법과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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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심위가 일부 게시물에 대해 시정요구를 내렸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차단된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이나 해당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방심위에서 잡아내지 못한 또 다른 불법무기 정보들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방심위는 플랫폼 전체가 아닌 개별 게시물 단위로 심의를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공적 기관에서 콘텐츠 문제를 일일이 접근하는 데는 사실 한계가 있다"고 했다.

유독 해외 플랫폼에서 이러한 불법 정보가 많이 유통되는 것은 구글 등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은 총기 소지가 합법인데다 앞서 소개된 공기총 제조방법 정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다 보니 한국에서는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글 관계자는 "방심위 요구가 오면 즉각 조치를 내릴 뿐만 아니라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문제 소지가 있는 콘텐츠는 자체적으로 시정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각 나라 법규에 맞춰서 각기 다르게 운영된다"고 했다.

이러한 불법 무기류 정보의 유포는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2018년 사이 국내에서는 매년 10건 이상의 총포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4년 합계 총 58건이며 이 중 엽총 35건, 공기총 15건, 기타 8건이다. 또 이 기간 관련 사망자 수는 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는 경북 봉화에서 70대 남성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 공무원 2명이 숨지고 스님 1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명희 의원은 "불법무기 유통은 국가 안위의 심대한 영향과 인명피해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포털사는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삭제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방심위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한 신속한 삭제 및 접속차단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불법무기류 정보 차단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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