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2896286 0232020092062896286 01 0104001 6.1.21-RELEASE 23 아시아경제 0 false true false false 1600551840000 1600551867000

"누구를 위한 '특례시'인가?"…지자체들 반발 확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 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0개 지역이 '특례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특례시 지정에서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앞서 지난 5월29일 인구 50만 이상 전국 16개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도내 수원ㆍ고양ㆍ용인ㆍ성남ㆍ화성ㆍ부천ㆍ남양주ㆍ안산ㆍ안양ㆍ평택 등 10곳이 특례시로 지정된다. 도내 지자체 3곳 중 1곳이 특례시로 '격상'되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이들 특례시에서 제외된 도내 20여 지자체들은 정부의 특례시 추진이 광역단위 내 대도시 집중을 심화시켜 국토 균형발전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 지자체 간 재정격차 심화로 자치분권을 훼손하고 나아가 최근 증가하는 광역행정 수요에도 역행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특례시가 광역자치단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특례시 지정 후 청사 이전 등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특례시 명칭 부적정" 지적

전국 시ㆍ군ㆍ구청장협의회장 출마를 선언한 안병용 경기도협의회장(현 의정부시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보면 시·군·구의 자치 증진과 개선에 대한 조항은 전무하고, 특례시 지정에만 몰두하는 느낌"이라며 "특례시 지정을 받지 못하는 210개 전국 단체장들이 동의할 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명칭 자체를 '특례시'로 해 특례시와 비특례시로 가르고 열악한 지역 주민들에게 비특례 지역 주민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며 "광역세인 취득세ㆍ등록세를 특례시 재원으로 변경해 특례시 재정은 좋아지지만 재정여건이 취약한 시·군에 재배분하던 재원은 감소될 것으로 예상돼 특례시 제도가 도와 광역시, 소외된 시·군·구와의 갈등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안 협의회장은 나아가 "전국 지자체 중 30%인 68곳이 소멸될 위험에 놓여 있고, 재정 자립도가 10%미만인 곳이 46곳이나 된다"며 "열악한 이들 지역을 특례지역으로 지정해 재정적으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게 더 맞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시ㆍ군에 대비되는 '특례시'라는 용어가 지방자치의 수평적 개념과 맞지 않아 지방정부 간 위화감을 부르는 만큼 '특례'의 개념을 대도시보다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지역에 적용하자는 게 안 협의회장의 설명이다.


◆혈세 낭비ㆍ행정누수 우려

특례시 지정에 따른 청사 이전 등 비용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현재 수원 광교신도시에 짓고 있는 청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청사를 옮겨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충청남도는 대전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홍성으로 이전했고, 경상북도는 대구광역시 독립 후 안동으로 청사를 옮겼다. 전라남도는 광주광역시 독립 후 무안으로 청사를 이전했다.


현행 특례시 도입이 단순 인구기준에 따른 행정체계 분리에 불과해 공무원 조직과 정치인들의 개리맨더링에 불가할 뿐 국민에게 실익은 없다는 비판적 시각과 특례시를 만들게 되면 특례시 자체도 재원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광역 시도는 '형해화'되고 이로 인한 지역 갈등과 불균형은 더욱 심화 될 것이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 협의회장은 "대한민국처럼 면적과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행정기관만 세분화하는 것은 지방분권이 아니라 지방분할"이라며 "지방정부 분할은 국론 분열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토 균형발전 저해" 논란도 부각

도내 A시 지자체장은 "경기도 내 주요 대도시의 인구 규모, 지방세 및 GRDP(지역내 총생산) 비중이 전체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례시가 되면 이런 편중 현상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경기도 31개 시ㆍ군 중 인구 50만명 이상 10개 지역의 인구는 838만명으로 도 전체 1270만명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방세는 총 25조3524억원 중 57%인 14조4892억원을, 취득세는 총 7조8159억원 중 62%인 4조8721억원을 점하고 있다.


특히 GRDP의 경우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2016년 기준 경기도 GRDP(344조7816억원) 중 10개 특례시 편입 예정 지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33조8506억원으로 무려 68%다.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 심화

특례시와 일반시의 재정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는 재정여건이 양호하고 SOC 등 개발사업이 대부분 완료돼 복지, 문화ㆍ생활스포츠분야에 예산을 많이 지출하지만, 인구 50만 이하 도시는 SOC 투자비중이 높아 주민복지 분야 예산 투자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 세제 개편 시, 50만 이상 대도시는 더 살기 좋아지고, 50만 이하 도시는 SOC 투자마저 어려워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별도의 '특례시세'를 신설하지 않고 현재 도세를 특례시세로 전환할 경우 도의 재정조정 기능이 지금보다 약화되고 지역별 재정격차가 심화돼 자치분권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특례시 지정에 따른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지속될 경우 집값 상승 등 도시문제가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역행정 수요 증가에 역행

최근 주요 광역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최근 전라남도와의 통합을 조건없이 제안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추진 중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히려 대도시권을 형성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게 광역행정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B시 지자체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시ㆍ도 경계를 무력화시키고, 광역 대응이 필요한 상황들이 미래 시대에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광역시와 광역도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도내 31개 시ㆍ군 어디에서든 동일한 서비스를 도민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광역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