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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수소 트럭' 니콜라는 희대의 사기극 벌였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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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니콜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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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수소 트럭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 '니콜라'가 때아닌 '사기 논란'을 일으키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매도(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매매 기법) 회사로 알려진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가 거짓말을 했다"며 장문의 리포트로 공개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해당 리포트가 나온 날, 니콜라 주가가 11% 넘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즉각 "힌덴버그 리서치가 투자자들을 오인시키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지만,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니콜라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 개인투자자들 역시 경영진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팟캐스트 '성시경 쇼'에서는 최근 방송(8회차)을 통해 니콜라에 대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사기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니콜라의 입장을 살펴봤습니다. 시장의 우려가 국내외 기업들과 수소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짚어봤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기자수첩 형태로 소개합니다.

▶ '제 2의 테슬라' 기대에 포드를 뛰어넘은 니콜라…사기 의혹에 주가 '폭락' = 2014년에 설립된 '니콜라'는 쉽게 말해 수소 트럭을 만드는 곳입니다. 긴 모양의 트럭인 '니콜라원'부터 내부 구조를 달리 한 '니콜라 투'·'니콜라 트레'·'니콜라 리퓨즈'와 픽업 트럭인 '니콜라 배저'까지 5개 모델이 공개돼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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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가 공개한 수소 트럭 모델[니콜라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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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와 비교해보면, 왜 '수소 트럭'인지가 좀 더 명확히 이해됩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차가 구동됩니다. 그러나 '수소 트럭'은 전기 저장용 '배터리'를 사용하긴 하지만, 주로 '연료전지'를 활용해 구동하게 됩니다. '연료 전지'는 수소를 바탕으로 직접 전기를 만들어 내는데요. '수소차(정확히는 수소전기차라고 합니다)'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구동하면서도 배터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만으로 달릴 때보다 '장거리 운행'에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통해 단거리 승용차를 만든다면, 니콜라는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바탕으로 장거리에 적합한 트럭 모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 니콜라는 상장 첫날인 지난 6월 4일 주당 33.7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상장 4일째인 같은달 9일에는 79.7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때 시가총액이 한화로 약 37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16년 역사의 자동차 기업 포드(당시 시총인 약 33조원)를 뛰어넘은 것이었습니다. 업계에서도 놀랐죠. 그런데 불과 3개월만에 니콜라는 주가 폭락 사태를 맞이합니다. 힌덴버그 리서치라는 공매도 전문 투자업체가 장문의 '니콜라 사기 의혹' 리포트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 힌덴버그 리서치 "니콜라는 창업자가 만든 사기 사례" = 힌덴버그 리서치는 이달 10일 니콜라가 주장하는 기술력이 허위라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웹사이트에서도 확인 가능한데요. 니콜라의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의 과거 이력과 니콜라 자체 기술력 의혹을 통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참고로 힌덴버그 리서치는 공매도 투자 기업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버는 회사인데요. 힌덴버그는 니콜라에 대해 공매도를 진행중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며 보고서의 포문을 엽니다.

창업자 트레버 밀턴에 대한 신뢰도부터 힌덴버그 리서치는 문제 삼습니다. 예를 들어 밀턴은 기업공개(IPO) 즈음 니콜라 주식 7000만달러(약 810억원)를 현금화했고, 상장 뒤 자신의 보호예수(상장 이후 주식을 시장에 팔아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회사 임직원들의 매매 가능 시기를 제한하는 제도) 기간을 1년(365일)에서 180일로 줄였습니다. 돈이 많이 필요한 초기 기업에서 수백억원을 먼저 빼왔다는 점, 그리고 자기 회사 주식을 팔수 있는 시점을 6개월이나 앞당겼다는 점부터 의심을 사기 충분하단 지적이죠.

니콜라 창업 전에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습니다. 밀턴은 니콜라 창업 전 디하이브리드(dHybrid, Inc.)라는 회사를 운영했는데요. 당시에는 디젤 트럭에 압축천연가스(CNG)을 사용하는 기술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을 찾아나서면서, 디하이브리드가 대형 트럭 회사 '스위프트'와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 거래를 과거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힌덴버그 리서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금액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600만달러(약 185억원) 수준에서 스위프트와 거래한 것이었습니다.

니콜라의 자체 기술력에 대한 의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2018년 공개된 '니콜라원' 트럭이 도로를 움직이는 영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트럭을 언덕 위에서 아래로 굴려 찍었고 이에 대한 문자 증거가 있다는 게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입니다. 밀턴이 수소 트럭 '니콜라 원'을 공개하며 완전히 작동된다고 했지만, 자체 전력 공급이 안 돼 트럭 공개 당시 스테이지 밑 전선을 연결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자동차 인버터(자동차 모터 속도를 제한하는 장치)를 다른 회사에서 사온 뒤 제조사 이름을 테이프로 가리고, 마치 니콜라가 만든 척 했다는 점도 언급됐죠.

또 자체 기술과 별개로, 니콜라는 본사 건물이 100% 수소와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었는데요. 힌덴버그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 본사 건물 옥상에 어떤 태양광 시설도 없다는 항공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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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덴버그 리서치는 수소 트럭인 '니콜라 원'이 자체 전원 기능이 없어서 외부 선을 통해 전원을 주입했다고 지적했다[힌데버그 리서치 웹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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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의 반박 "니콜라 원이 자체 동력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적 없다" = 리포트가 공개되자 창업자 밀턴은 트위터를 통해 힌덴버그 리서치 주장을 전면 부정했습니다. 우선 니콜라는 보쉬와 함께 '니콜라 트레' 모델에 대한 로드맵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으며, 독일 울름 공장에서 현재 5대의 트럭이 제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울름 공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죠.

'니콜라 원' 트럭을 언덕 위에서 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니콜라는 해당 트럭이 자체 추진으로 움직인다고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당시 니콜라 투자자들도 시제품의 성능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제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니콜라 원'에 대해 기어박스, 배터리, 인버터와 동력 모터 역시 작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세대 트럭으로 방향을 틀었고, 궁극적으로 니콜라 원을 자체 추진할 수 있도록 추가 자원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니콜라가 이후 공개한 '니콜라 투'는 지난해 '니콜라 월드'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자주 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쟁쟁한 파트너사들의 면면을 보면 니콜라 사기 의혹은 터무니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니콜라의 협력사로는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이베코',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기업인 '보쉬', 글로벌 태양광 업체 '한화', 글로벌 자동차 기업 '지엠(GM)'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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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창업자 트레비스 밀턴이 공개한 독일 울름 제조공장 모습[사진=밀턴 CEO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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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니콜라 주가…국내 투자자들도 관심 집중 = '니콜라 사기 의혹'이 미국에 거점을 둔 니콜라에만 국한되면 별 탈이 없을텐데, 생각보다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우선 국내 투자자들이 니콜라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국내에서도 주요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8일부터 9월 1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니콜라를 순매수한 금액(결제 기준)은 2406억원입니다. 8841억원어치를 사고 6435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최근 33달러선까지 하락한 니콜라 주식에 국내 투자자들이 얼마나 물려 있을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니콜라의 출렁이는 주가는 해외 기업들에 영향을 미칩니다. 니콜라는 최근 GM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번 제휴로 GM은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하고 니콜라 픽업 트럭 ‘배저’의 설계와 제조도 맡게 됐습니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얼티움’과 수소 연료 전지 ‘하이드로텍’ 등 각종 부품도 니콜라에 공급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당일, 니콜라 주가는 40.79%, GM도 7.9% 주가가 올랐죠.

테슬라도 영향을 받습니다. 니콜라보다 먼저 대체에너지 차량 시장을 선점하며 위엄을 과시하고 있지만, 니콜라가 잘 나갈수록 '위협을 받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GM과의 파트너십이 발표되자 테슬라 주가가 당일 21% 가량 하락했습니다. 테슬라에 대해 6월초부터 9월 17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은 6조7000억원치를 사고 4조5000억원어치를 팔았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해외 주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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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니콜라 개인투자자 순매수 현황[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kh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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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도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니콜라는 수소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 에너지 기술과 관련해 한화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는 1억달러(약 1160억원)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 중입니다. 니콜라 주가가 오르면 투자한 기업들의 당기순이익도 커지게 됩니다. 또 동시에 한화에너지와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한화 오너 3세 보유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한화 오너 승계 작업에도 도움될 것이란 외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배터리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설립하겠다고 밝힌 LG화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GM이 니콜라에게 제공하기로 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얼티움’이 바로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니콜라가 사기 의혹을 살 동안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는 현대차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니콜라의 창업자인 밀턴이 공개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는데요. 자체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가진 현대차 입장에선 실체를 알수 없는 니콜라와의 협력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엔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95kW(킬로와트)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는 소식도 알렸는데요. 연료전지를 자동차 외 시장으로 확장해, 사업 수익성을 더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동학 개미(국내 기업에 투자해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개인 투자자들)'들의 고군분투 속에 현대차는 연초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시총 규모만 38조원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하고 있는 '니콜라'. 이 회사는 정말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막장 기업일까요. 아니면 남이 가늠하지 못하는 미래에 먼저 뛰어든 '뉴 머니(신생 사업 바람을 일으키는 투자금)'의 선두주자일까요. 미국 SEC와 법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수소차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성우·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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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쇼 썸네일[일러스트·그래픽=이주섭 디자이너/jusoeb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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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성시경 쇼 8회 방송 〈니콜라, 희대의 사기극? 서학개미·한화·현대차까지 '파장' 집중분석〉을 듣고 싶다면(http://www.podbbang.com/ch/177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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