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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與감찰단 본격 조사도 없이… 이낙연, 돌연 최고위 열어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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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제명] 김홍걸 재산 의혹부터 제명까지… 與내부서도 “의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8일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에 휘말린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기로 하자 야당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의외”란 반응이 나왔다. 이낙연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을 출범시킨 지 이틀 만에 김 의원을 제명하자 “군사작전하듯 김 의원을 정리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창업주 격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이다. 더구나 김 의원을 민주당에 영입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향한 의혹의 불길을 차단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조선일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 의원을 제명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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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김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다주택 보유 논란 등으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 제명 징계는 이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에 따라 지난 16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당 윤리감찰단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사실상 이 대표가 김 의원을 윤리감찰단 1호 징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한 달도 안 돼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미향·이상직 의원 등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 나오는 등 악재(惡材)가 잇따르자 김 의원 문제부터 처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이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것도 제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김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김한정 의원이 김 의원의 결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민주당 안에선 김 의원 거취와 관련해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홍걸 의원에게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18년 전 김홍걸 의원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그때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물러나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 페이스북 글을 두고 “여권 핵심부에서 김 의원을 손절(損切)하기로 조율이 이뤄진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 그룹인 동교동계에서도 김 의원 측에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직간접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선관위나 국회사무처에 신고하지 않았던 재산이 계속 드러나는 것도 문제지만 의원이 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던 김 의원이 재산 형성 경위를 명쾌하게 소명하지 못한 게 더 심각했다”며 “사태를 더 키우기 전에 의원직을 던지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사태를 계속 끌다가는 김 전 대통령으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아들인 김 의원에게 민주당 수뇌부와 동교동계 인사들이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그를 정치권에 입문시킨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 참여했고 2016년에는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 당선 후인 2017년 11월부터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를 맡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제명 결정을 주도한 이낙연 대표는 신문사 정치부 기자 시절 주로 동교동계를 취재했고 김 전 대통령이 아끼는 기자로 꼽혔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제명 형식을 빌려 김 의원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비례대표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비협조적이었다 해도 지난 16일 발족한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김 의원을 본격 조사하기도 전에 제명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의아하다는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 배현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의원직과 무관한 제명으로 당 명부에서 이름만 빼고 계속 같은 편인 게 무슨 징계냐”며 “진정 반성한다면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의원직 제명 조치를 하라”고 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논평에서 “김 의원은 추한 모습으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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