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여당과 연대로 위기”
김종철 “이재명과 싸움 준비”
당대표 선거전에서 이름 거론
“이재명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정의당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사진)를 호출하고 있다. 최근 이 지사가 기본소득, 금융기득권 혁파 등 진보 의제를 선점했다는 위기 의식으로 해석된다. 당대표 후보들이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외치며 독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 지사는 까다로운 경쟁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애매한 입장으로 진보정당 정체성이 흔들렸던 정의당은 독자노선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당권주자 4명의 진단도 유사하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박창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 모두 온라인 유세와 토론에서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종민 후보는 출마 선언부터 “이번 당대표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그는 “보수화된 민주당은 신기득권 정당”이라며 정의당의 독립노선을 역설했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배진교 후보는 “20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 등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 과정에서 민생을 돌보지 못한 것이 정의당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배 후보는 “상대 이슈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이슈에 반응해야 한다”며 특수활동비 폐지 등 정의당이 주도한 정책을 강조했다.
정의당 당대표 후보들이 17일 SBS 목동사옥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주먹을 들어올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김종철·배진교·박창진 후보.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본소득’ 등 진보 의제를
이 지사가 선점했다고 판단
외연 확장용 경쟁 타깃으로
김종철 후보는 “정의당은 보수화한 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닌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기본소득 지급 등 정책 이슈를 꾸준히 제기해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처럼 정의당도 과감한 대안으로 여론 주목도를 높이고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만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국가가 목돈을 지급하는 ‘기본자산제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SBS가 주관한 17일 첫 방송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박창진 후보는 “제2 창당에 준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우리만 옳다는 독선을 넘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떠나는 정당이 아닌 모이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의 대중성 강화를 천명한 것이다.
‘민주당 2중대론’ 극복 방법에 대한 질문에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을 정의당의 정책 2중대로 만들면 정의당의 집권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당대표 선거에서 이 지사를 소환한 것은 경기도가 최근 선보인 파격적인 복지정책과 무관치 않다. 이 지사는 꾸준한 기본소득제 주장으로 ‘기본소득 선구자’ 이미지를 굳혔다. 최근엔 기본주택과 기본대출 등 보편적 복지정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조건 없이 장기간 공공임대주택을 빌려주는 정책이고, 기본대출은 서민들에게 연 1~2%의 장리저리대출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비정규직 공정수당과 공공배달앱 운영, 경비노동자 보호정책 등도 이 지사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중산층과 서민, 사회적 약자 계층은 정의당이 공략해야 할 지지층과도 겹친다. 민주당에 부족한 개혁과 진보 정책을 이 지사가 담당하면서 정의당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여길 법하다. 대중정당으로 외연을 넓혀야 할 정의당 입장에선 이 지사가 당장의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