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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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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日총리 "일하는 내각 만들것"…요직엔 `아베 사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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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99대 일본 총리가 16일 공식 취임하며 아베정권 계승 노선을 분명히 한 스가 내각이 이날 출범했다.

스가 총리는 16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총리지명선거를 통해 공식으로 임명된 후 새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일본 총리가 바뀐 것은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만이다.

스가 총리가 내건 정권 공백 최소화 공약 대로 전체 20명의 장관 중 10명이 아베 내각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재무성, 외무성, 경산성 을 비롯한 주요 8개 부처 장관이 유임됐으며 신임 관방장관과 행정개혁상은 자리를 이동했다. '일하는 내각을 만들겠다'는 스가 총리의 의지를 반영하듯 신임 각료 중 4명(법무상, 후생노동상, 공안위원장, 디지털담당상)이 동일 포스트를 이미 경험했던 인물로 채운 것도 특징이다. 스가 총리의 측근들도 전진 배치됐지만 아베 전 총리의 측근들도 요직을 차지했다.

이번 개각에서 스가 총재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79)을 비롯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64), 가지야마 히로시 경산상(64) 등 핵심 장관은 모두 유지했다. 코로나19 상황 조기 극복을 위해 기존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인사를 통해서도 재확인한 셈이다. 재무상, 외상, 경산상 등이 모두 아베 내각 인물 그대로란 점에서 한일 관계에서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관방장관에는 아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가토 가쓰노부(64) 전 후생노동상이 임명됐다. 가토 신임 관방장관은 장인인 가토 무쓰키 전 농림상이 아베 전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친분이 깊다. 아베 내각에서 가토 관방이 승승장구한 것도 이러한 개인적 인연이 깊다. 올초 강제징용 관련 내용을 뺀 채 개관해 논란을 불러모았던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가토 교코 센터장이 가토 관방상의 처제다. 가토 관방상은 결혼과 함께 처가 쪽 성을 따르기로 하면서 성이 바뀌었다. 재무성 관료 출신인 가토 관방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재집권 때인 지난 2012년 12월부터 2년 10개월간 관방부장관으로 일하며 스가 당시 관방장관과 호흡을 맞춘바 있다. 당시 함께 관방부장관을 지낸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매우 성실하며 관료출신이라 관가의 특징과 습성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후생노동상으로 일하며 코로나19 대응에서 모든 결정을 관저에 의존하다보니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다는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무성 출신이다보니 스가 총리가 내세운 부처이기주의 타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총리관저의 대부분 인력도 유임됐다. 스가 총리는 관방부장관에 측근인 사카이 마나부 의원(55)을 임명했다. 사카이 의원은 중의원 의원들로 구성된 스가 총재 지지모임인 '가네샤의 모임'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가네샤는 힌두교 지혜의 신을 뜻한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의원(61)은 방위상으로 임명됐다. 기시 방위상은 출생 직후 외가로 입양되면서 성이 바뀌었다. 대학 입학 후에서야 본인이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 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기시 방위상 임명은 아베 전 총리가 퇴임 5일 전인 11일에 담화를 발표하는 형태로 챙겼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가 총리는 신임 장관 중 4명을 동일 장관직 유경험자로 채웠다. 가미가와 요우코 법무상(67),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55), 오코노기 하치로 국가공안위원장(55), 히라이 타쿠야 디지털담당상(62)이다. 4명 모두 아베 재집권기에 장관을 지냈다. 해당 부처 유경험자를 장관에 앉힘으로써 업무 적응기를 단축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총리는 14일 자민당 총재 당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일단 일을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디지털담당상은 스가 총리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디지털청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과학기술·정보기술(IT)담당상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다. 오코노기 국가공안위원장은 스가 총리가 20대부터 11년간 비서로 일한 오코노기 히코사무로 전 경제산업상의 아들이다. 이번에 유임된 가지야마 경산상 역시 스가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가지야마 세이로쿠 전 간사장의 아들이다.

아베 전 총리 2차 집권(2012~2020년)의 7년 8개월간 관방장관으로 내치를 총괄한 스가 총리는 부처간 이기주의, 전례가 없을 경우 업무 추진을 못하는 전례주의 타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련 실무를 총괄하게 된 것이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이다. 방위상에서 자리를 옮기는 고노 행정개혁상은 스가 총재와 같은 가나가와현을 지역구로 두고 있으며 국회 입성도 같은 해에 했다. 다만 행정개혁상은 손발 역할을 할 부처 조직이 없다. 일본 언론들은 고노 장관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차기 총리 행보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오사카엑스포를 앞두고 담당장관직이 신설되면서 전체 각료 수도 총리를 제외하고 20명으로 늘었다.

스가 총재가 파벌 타파를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자민당 간부 인사와 개각에서 파벌에 따른 논공행상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가 5명이고 아소파 3명, 다케시다·니카이 각 2명, 이시하라파와 공명당에서도 각 1명이 포함됐다. 경쟁자의 파벌을 배제했던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총재선에서 경쟁자로 나섰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파벌도 각각 2명과 1명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무파벌에서도 3명이 입각했다.

한편 조기 해산과 관련해서는 스가 총재가 코로나19 종식을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연내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퇴임한 아베 전 총리는 "한 명의 의원으로 스가 정권을 지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병 치료와 관련해서는 "약 효과가 있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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