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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코로나19가 바꾼 2020 한가위…캠핑카·정기구독권이 추석 선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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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첫 명절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은 올해 2월 이후다. 구정이 1월 25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 바로 이번 추석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명절 선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추석 선물은 요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유통가 또한 추석 선물 수요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모든 추석 선물 키워드는 ‘코로나19’로 귀결된다. 구체적으로 ‘위생’ ‘집콕’ ‘건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 여파로 전통 선물 세트 대신 위생용품 선물 세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마켓컬리·세븐일레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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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1 ‘위생’에 주목

▷손 소독제·마스크 인기

올해 여름 장마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과일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햇배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19%, 사과는 약 10%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과일 같은 전통적인 선물 세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코로나19 필수품인 위생용품 세트다. 소비자들 역시 코로나19를 맞아 새로운 선물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A씨(50)는 “올해 2월 핸드워시 세트를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이번 추석에도 개인위생과 관련된 선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행에 발맞춰 유통업체들은 위생용품 중심 선물 세트를 대거 내놓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올 추석은 면역력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을 포함한 위생 관련 선물 세트를 크게 늘렸다”고 말한다. CU는 손 소독제, 마스크가 포함된 애경 랩신 위생 세트를 비롯해 비접촉 체온계, 휴대용 살균기 등의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마켓컬리는 위생용품 선물 세트의 상품군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치약, 가글 등 구강 위생용품 위주로 선물 세트를 꾸렸지만 올해는 손 세정제, 살균 스프레이, 칼슘 파우더, 비건 세제 등으로 다양한 선물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신체에 접촉하지 않고 체온을 측정하는 비접촉 체온계와 실속형, 고급형 방역물품 선물 세트를 내놨다.

▶유형 2 집콕 용품 늘어나

▷커피·와인 등 홈코노미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집에서도 맛집의 음식, 커피, 술 등을 즐길 수 있는 추석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이마트에 따르면 와인 세트는 지난해 대비 96.1%, 커피 세트는 126% 판매량이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 세트부터 커피 관련 제품이 추석 선물로 인기를 끄는 중”이라고 말한다.

홈카페, 홈술을 즐기는 집콕족을 위한 상품도 인기몰이다. CU가 선보인 ‘홈코노미’ 상품은 지난해 추석 대비 판매량이 39.2% 증가했다. ‘말차 맛집’으로 유명한 성수동 ‘슈퍼말차’의 다도 키트, ‘프릳츠커피컴퍼니’의 프릳츠 홈커피 세트 등이 인기다. 여기에 CU는 홈술족을 위해 약 50가지 주류 선물 세트를 내놨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식점, 주점 등이 야간에 영업하지 않고 있으니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식음료 상품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홈카페 열풍에 동참했다. 고가의 커피머신인 ‘일리 커피머신’을 비롯해 홈카페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제조할 수 있는 ‘샌드위치메이커’ ‘요거트제조기’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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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이번 추석 선물 세트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했다. <마켓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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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3 건강이 최고

▷건강기능식품 판매량 급증

전염병 확산은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추석 선물 시장에서도 건강식품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식품 선물 세트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수치로 증명된다. 마켓컬리는 올 추석 얼리버드 기획전을 분석한 결과, 건강기능식품 선물 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301%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마켓컬리가 선보인 공진보 선물 세트 매출은 무려 1006%, 배도라지·양파 등 즙 관련 선물 세트 매출은 732% 증가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에는 한과, 차, 커피 등 디저트 선물 세트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홍삼, 공진보 등 전통적인 한방 제품부터 영양제, 즙 등 종류를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올해 이마트 추석 선물 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건강식품 세트 판매가 지난해 대비 28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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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형 선물이 뜨고 있다. CU에서는 캠핑카를 추석 선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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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4 언택트형 선물 확산

▷야외용품 골프채·캠핑카까지 등장

차라리 실외 취미활동이 낫다?

코로나19로 인해 여가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해외여행이 어렵다 보니 국내 골프장은 늘 만석이다. 지난 몇 년 잠시 인기가 주춤하는 것 같았던 캠핑도 다시 한번 인기몰이다.

요즘 캠핑은 차박이 대세라고 했던가.

급기야 추석 선물용 ‘캠핑카 선물’까지 등장했다. 편의점 CU는 오토캠핑카를 추석 선물 세트로 내놨다. 카라반 전문 업체인 오토홈스의 캠핑카로 카니발, 스타렉스 등을 캠핑용으로 개조한 모델을 판매한다. 주문 접수 후 생산에 들어가 주문일 기준 약 2개월 후 요청한 배송지로 배송된다. 가격은 3270만원(카라반C)부터 7370만원(HV640)까지. 설마 편의점에서 수천만원 상당 캠핑카를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최근 유통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캠핑카를 선물로 주진 못해도 캠핑 장비는 선물로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한 상품이 있다. GS25도 캠핑을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감성캠핑 패키지(23만3000원)’를 200세트 한정판으로 기획했다. 감성캠핑 패키지는 코베아의 베스트모델인 알파인마스터(코알마)2.0과 프리미엄 티탄, 캠핑식기 세트16P, 캠핑이소가스230G로 구성됐다. 세븐일레븐은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족’을 겨냥했다. ‘위드몽 차박텐트’와 ‘그늘막 텐트’를 선물로 내놨다.

세븐일레븐이 준비한 또 다른 상품은 바로 골프용품.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캘러웨이 등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의 드라이버(36만9000~42만9000원)와 아이언세트(79만9000~94만9000원) 등 총 6종을 준비했으며, ‘미즈노 케디백&보스턴백세트(24만4000원)’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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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5 고가 상품 인기

▷고향 못 갈 것 같으니 선물로 대신?

이번 추석 고향이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걱정이 많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향 이동이 부담스러워졌다. 집안 어른들을 직접 뵙지 못하는 미안함을 달래기 위함일까.

프리미엄 선물로 고향 방문을 대신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최고급 한우. 현대백화점이 8월 중순부터 사전예약 판매에 들어간 ‘현대 명품 한우 매(梅)세트’와 ‘넘버 나인 프리미엄 세트’. 가격은 각각 85만원, 75만원이다. 추석 선물 중 고가에 속하는 상품군이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들 제품을 포함해 50만원 넘는 프리미엄 한우 세트 예약판매가 10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시 급격하게 퍼지자 추석 때 고향에 가는 대신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고급 선물 세트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한우 선물 세트 매출은 196% 늘었다. 그동안 가격대가 높아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선물인 랍스터, 전복 등 식재료도 인기다. 롯데마트는 최고 등급 한우의 주요 부위로 구성된 추석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어나더 레벨 지리산 순우한 한우 1++ No.9 세트 1호’가 대표 상품. 등심과 채끝, 안심·부챗살로 구성된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50만원대에 판매된다.

선물 판매 방식도 변화

사전예약·정기구독권 인기


선물 종류는 물론 유통업계가 선물을 판매하는 방식도 예년과 달라진 모습이다.

우선 온라인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추석 온라인 선물 세트 물량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사전예약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는 사전예약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명절 선물 세트 사전예약 판매 시기를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겼다. 소비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사전예약 판매 물량도 20~30% 증가했다.

편의점 역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CU는 약 330여개 상품을 대상으로 무료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구정과 비교하면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CU는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 추석 선물 세트를 살 수 있는 ‘e-카탈로그’를 발행한다. GS25는 귀향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추석 선물 배달서비스’를 준비했다. 건강음료 세트, 명절놀이 세트부터 용돈 봉투까지 차별화상품 20여종을 안전하게 배송해준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기간 동안 선물을 나눠서 받을 수 있는 ‘선물 세트 정기구독권’을 선보였다. 명절 선물은 한꺼번에 들어오는 데다가 1~2인 가구가 늘면서 보관이 어렵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다. 롯데백화점에서 구독권을 구매한 뒤 받는 사람의 주소를 남기면 해당 주소로 구독권 실물이 배송되는 방식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5호 (2020.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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