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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스가 정부' 출범 D-1, 일본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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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황시영 기자] [편집자주] 자국 내에서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이 14일 결정된다. 당원 투표가 아닌 의원 중심의 간소한 선거가 결정되면서 아베 정권의 2인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아베 3기라는 시선 속에 스가만의 색깔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아베 집권기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국으로서는 더욱 대비가 절실하다.

[MT리포트]‘포스트 아베’ 총리 D-1, 日스가(下)


'스가 정부' 출범 직후 여행·행사 규제 푼다

오는 16일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 총리가 취임하는 날이다. 14일 집권 자유민주당의 총재 선거가 끝나면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실제로 총리에 취임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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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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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후 경제재개 행보가 한층 강화될 것이 예고된 상태다. 도쿄도는 유흥가에서 코로나 19 검사를 강화하는 대신 음식점·노래방·주점 등의 영업시간 단축 조치는 15일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도쿄에 있는 음식점·노래방·주점은 밤 10시 이후에도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밖에 행사 참가 인원 제한을 일부 완화하고, 클래식 콘서트와 연극의 관람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의 '띄어 앉기'를 적용하지 않고 만석 개최를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쿄·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유흥가에 검사 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국내여행 장려 캠페인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주도한 이가 스가 관방장관으로 그의 총리 취임이 임박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7월22일부터 일본 정부가 시작한 '고투 트래블'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관광업계 및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국내여행 비용을 최대 50% 지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고투 트래블 정책과 연휴 등이 맞물리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7월22일 시행 첫날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795명이 나온 데 이어 한동안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긴급상태 당시보다 2∼3배에 달하는 확진자들이 쏟아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정책 실패였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이밖에 스가 장관의 신념으로 꼽히는 일본의 휴대폰 요금 인하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11일 자민당에서 연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휴대폰 요금이 40% 정도 인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니케이 아시안리뷰는 스가 장관이 이동통신업계 내에 보다 치열한 경쟁을 원하며 이를 통해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NTT도코모 임원은 ”스가 장관이 통신사의 마진율 20%를 너무 높다고 보고 있다“고 했고 2018년 당시에는 핸드폰 요금 40% 인하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대규모 행사 인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로의 날(21일), 추분의 날(22일) 휴일 등이 끼어 '4일 연휴'가 시작되는 19일부터 인원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달부터는 여행 장려 캠페인인 '고 투 트래블' 사업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도쿄를 제외한 전국에서 출발·도착하는 여행의 경비(1박 기준 1회에 최대 2만 엔)만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데, 10월부터 여행지 내 쇼핑이나 식음료 지출에 쓸 수 있는 1000엔 단위의 무료 쿠폰 발행을 시작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음식점들을 지원하고자 외식을 장려하는 '고 투 잇(Go to Eat)' 캠페인도 이달 중 시작한다. 이 캠페인은 액면가에 25%를 증액한 식사권을 발행해 캠페인에 참여하는 식당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실제로 총리로 취임한다면 곧바로 시행할 정책은 방역보다 경제재개 행보 강화라는게 일본내 대체적인 평가다.

임소연 기자


어차피 총리는 스가?…'파벌정치' 신물난 日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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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자민당 총재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사진=AFP




지난 2일 스가 요시히데(71) 일본 관방장관의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중계하던 TV아사히 해설위원은 "뽑기도 전에 끝났다"고 논평했다.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시작된 차기 총리 선출이 실제 투표도 하기 전 '스가 당선'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것에 대해 말한 것이다.

일본의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4일 열리지만, 이변이 없는 한 스가 장관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스가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민당 국회의원 78% 스가 지지"…지방당원 표 제로여도 이미 당선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국회의원 중에서 스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308명으로 78%에 달했다. 지방 당원에게서 0표를 받는다고 해도 58%를 차지, 1차 투표에서 당선이 가능하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가운데 호소다(98명), 아소(54명), 다케시타(54명), 니카이(47명), 이시하라(11명) 등 5개 파벌이 스가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무파벌 의원 64명 중 70%가 넘는 46명도 스가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다른 후보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파벌 47명과 무파벌 의원 5명을 더한 52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의원은 24명에 그친다. 2명 모두 패배가 예상되는 선거에 나가게 되는 셈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하원 격인 중의원과 상원 격인 참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1억2000만 국민의 뜻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아무리 의원내각제를 택한 국가라 해도 394명(중의원 283명, 참의원 111명)에 불과한 자민당 국회의원, 그중에서도 몇몇 파벌을 이끄는 극소수 정치인이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가능케 한 일본 특유의 파벌정치와 밀실정치에 대한 비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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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사진=AFP



◇자민당 일당 독주체제…'당 속의 당' 파벌 힘 커져

일본 자민당사에서는 매주 목요일 낮 12시 의원들의 점심 모임이 이뤄진다. 목요일 점심은 자민당 내 각 파벌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이다. 모든 파벌이 같은 시간에 모임을 여는 건 여러 파벌을 기웃대는 '박쥐'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다.

자민당 내 파벌은 명목상 공부 모임 등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정당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체계적인 조직을 갖췄다. 각 파벌의 수장은 인사권과 돈을 독점하고, 각 사안에 대한 파벌의 입장을 결정한다. 소속 의원들은 보통 매달 5만엔(약 50만원)의 회비를 내며, 정치자금 모금 할당액을 채워야 하는 의무도 진다.

일본 정당정치에서 파벌의 힘이 이토록 강력해진 건 자민당의 일당 독주 체제와 관련이 깊다.

자민당은 1955년 출범한 후 딱 두 번 정권을 내줬다. 반자민당 연립정권으로 집권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1993년 8월~1996년 11월)과 민주당 정권(2009년 9월~2012년 12월)이다. 65년에 이르는 역사 가운데 6년 6개월만 야당 역할을 했다.

정권 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일본 정치 내에서 파벌은 '당 속의 당'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일본 국회가 복수 교섭단체(한 정당 안에서 둘 이상의 교섭단체 형성이 가능)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파벌의 힘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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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자민당 총재 후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려 3명의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정권을 계승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사진=AFP






◇日 파벌정치, 밀실·담합 정치의 상징

파벌은 일본 정치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정치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파벌들의 담합과 이합집산으로 중요 정책들이 결정되며 부정부패도 잇따랐다. 민간항공기 수입 과정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정치인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록히드마틴 사건(1976년)'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소선거구제 도입과 당 중앙집권화 등으로 파벌의 영향력은 약화했고, 이를 타파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초선 의원들의 파벌 가입을 막고 당 차원에서 의원 교육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이어온 파벌 정치의 산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으로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파벌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파벌 정치가 누군가를 순식간에 총리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러난 파벌 정치의 한계가 결국 자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3일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일본이 아직 낡은 정치를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밀실'에서 선출됐다는 이미지는 다음 총선을 선두에서 이끌어야 하는 스가 장관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 정치 전문가인 제리 커티스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치에서 파벌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예전처럼 파벌의 강력한 리더가 총리를 향해 달려가는 양상은 아니다"라며 "스가 장관이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란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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